나무는 투포환 선수다 /차영섭
나무는 둥글다
줄기도 이파리도,
꽃도 열매도 작은 원이다
흙속에선 뿌리가,
흙 위에선 가지가 큰 원이다
쌍무지개를 그리며 대칭이다
가지는 팔처럼 하늘 높이,
뿌리는 다리처럼 중력을 향하여
균형을 유지한다
나무는 스스로 지혜롭다
옹이를 만들어 고통을 감내하고
숲은 적의 침입을 경보하여 공동대응한다
소나무의 송진처럼, 아카시의 가시처럼,
나이테로 삶의 역사를 기록한다
죽음도 예술이다
단풍은 아름다운 죽음이다
죽음으로 새 생명을 탄생한다
낙엽은 뿌리로 회귀한다
온고이지신이다
나무는 기다림의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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