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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 시

다시

작성자초원의 꽃향기|작성시간24.06.04|조회수53 목록 댓글 0

 

 

 

 

 

 

다시

 

 

 

 

 

희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다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 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사람 속에 들어 있다

사람에서 시작된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박노해 -

 

 

 

 

 

박노해의 시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긍정인 경우 시 속에 담긴 시인의 삶을 읽으며 시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파악한다솔직함과 함께 절절함이 묻어나는 의미일 것이다부정적인 경우 흔히 말하는 아카데미즘에서 문예미학적인 평가를 할 경우에 종종 문제를 제기한다예술적인 문학이 아니라 증오가 배어 있는 구호에 그치고 말았다는 것이다.

 

어느 평가가 옳은 것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시를 해석하는 것은 해석하는 사람의 잣대로 하는 것이니 두 가지 평가 모두 일리 있다고 할 것이다그러나 그의 시가 일종의 구호라 하더라도 그 절실함과 함께 얼마나 솔직한 의지의 표현인지를 이해한다면 결코 부정적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시인 박노해 박기평(朴基平)이란 본명을 두고 박해 받는 노동자의 해방이란 뜻으로 노해(勞解)라 불리우길 바랐던 시인그의 생애가 시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이해가 빠르고때로는 자신의 삶을 바탕으로 한 깨달음이 독자들에게 또 다른 깨우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 중 개인적으로 꼽고 싶은 것이 바로 시 <다시>이다흔히 시의 기법으로 자주 거론하는 비유나 상징 혹은 문학적 상상력이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여섯 개의 문장이 모두 ‘~은 ~이다라는 단정이지만 그 내용은 위대한 성인이 우매한 민중들에게 삶의 이치를 깨우쳐주는 잠언과 같은 것들이다.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특히 3연까지는 더더욱 설명이 필요 없다. ‘희망’, ‘새 길’, ‘좋은 세상’ 세 어구를 통해 이들이 모두 사람을 통해 이루어짐을 전제한다그렇기에 4연에서 이들을 묶어 희망’, ‘새 길’, ‘좋은 세상은 사람 속에 들어 있으니 모든 것은 사람에서 시작된다고 단정짓는다그리고 마지막 단정 - ‘다시라는 말을 붙여 사람만이 희망이다고 외친다.

 

그가 외쳤던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이라든가, ‘반국가단체 수괴란 죄목을 글자 그대로 해석한다면 섬뜩할 것이지만사실 노동자를 억압하던 군부독재 정권과 이에 부화뇌동한 언론들이 만들어낸 구호였을 뿐이다그의 삶을 알고 그의 시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평가는 전혀 다르게 나온다그의 시를 이해한다면비록 사형을 구형받고 무기징역형이 확정되어 옥살이를 하였지만 민주화가 이루어진 후 사면을 받고 오히려 민주화 유공자로 복권되었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그의 시 또한 마찬가지이다이러한 시가 쓰여지지 않는 시대 박노해가 진정 원했던 세상이 아닐까그런 시대를 만들어내는 것은 정말이지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지 않겠는가

 

 

 

- 이병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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