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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 시

물푸레나무

작성자초원의 꽃향기|작성시간24.06.06|조회수49 목록 댓글 0

 

 

 

 

 

 

물푸레나무

 

 

 

 

 

물푸레나무는

물에 담근 가지가

그 물파르스름하게 물들인다고 해서

물푸레나무라지요

 

가지가 물을 파르스름 물들이는 건지

물이 가지를 파르스름 물올리는 건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물푸레나무를 생각하는 저녁 어스름

어쩌면 물푸레나무는 저 푸른 어스름을

닮았을지 몰라

 

나이 마흔이 다 되도록

부끄럽게도 아직 한 번도 본 적 없는

물푸레나무그 파르스름한 빛은 어디서 오는 건지

물속에서 물이 오른 물푸레나무

그 파르스름한 빛깔이 보고 싶습니다

물푸레나무 빛이 스며든 물

그 파르스름한 빛깔이 보고 싶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빛깔일 것만 같고

또 어쩌면

이 세상에서 내가 갖지 못할 빛깔인 것만 같아

어쩌면 나에겐

아주 슬픈 빛깔일지도 모르겠지만

 

가지가 물을 파르스름 물들이며 잔잔히

물이 가지를 파르스름 물올리며 찬찬히

가난한 연인들이

서로에게 밥을 덜어주듯 다정히

체하지 않게 등도 다독거려주면서

묵언정진하듯 물빛에 스며든 물푸레나무

그들의 사랑이 부럽습니다.

 

 

김태정 -

 

 

 

 

 

물푸레나무’ - 가지를 꺾어 물 속에 넣어두면 물빛이 푸르게 변한다 하여 물푸레란 이름이 붙은 나무이다잎은 뒷면이 회녹색이고 가장자리는 물결모양의 톱니가 있거나 밋밋하며 4~5월에 꽃을 피우고나무껍질에는 흰색의 가로 무늬가 있는데 이 나무의 가지는 단단하여 도리깨의 회초리나 농기구의 자루로 많이 이용되는데 생가지라도 의외로 불이 발 붙어서 눈 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에 이 나뭇가지를 태워 추위를 이겨냈다고 한다.

 

김태정의 시 <물푸레나무>는 나무의 이러한 특성 중에 유독 물에 담근 가지가 그 물파르스름하게 물들인다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그런데 마흔이 되도록 직접 그 나무를 본 적도 없단다누군가 일러준 나무의 특성을 듣고는 오로지 물을 푸르게 물들인다는 특성만으로 이렇게 사랑을 노래한다.

 

혹자는 시를 읽으며 이렇게 써도 시가 되느냐고 반문을 할지 모르겠다그런데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는 시인 것은 분명하다물푸레나무가 물빛을 푸르게 하는 것을 시인은 가지가 물을 파르스름 물들이는 건지 물이 가지를 파르스름 물올리는 건지’ 모르겠다고 하지만가지와 물을 제시해놓고 서로가 물들이고’ 혹은 물올리는’ 행위에 초점을 맞춘다그리고는 파르스름잔잔히찬찬히……란 단어로 이어지며 이러한 현상을 가난한 연인들이 서로에게 밥을 덜어주듯 다정히 체하지 않게 등도 다독거려주는 행위로 연결시킨다.

그 파르스름은 시인에게는 어쩌면 가장 사랑하는 빛깔일 수도 있고, ‘내가 갖지 못할 빛깔일 것도 같아 슬픈 빛깔일지도 모르지만 그 빛깔이 보고 싶단다직접 본 적도 없다면서 물푸레나무의 특성 중 하나를 끄집어내어 그 안에서 묵언정진을 찾아내고나뭇가지와 물의 관계를 연인’ 관계로 파악하여 그들이 다정히’ ‘다독거려주고 있다고 생각하고는 그들의 사랑이 부럽다는 시인시인은 서로가 서로에게 푸르스름한 빛을 주는 사랑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시인의 마음이 따뜻하지 않은가

 

 

 

- 이병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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