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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전화
늦도록 술에 젖다가
전화를 거는 시인이 있다
새벽 3시가 넘어 전화를 받은 나는
갑자기 이부자리 속 남편에서
생뚱맞은 시인이 된다
창밖의 희붐한 빛살을 타고
취한 시인의 목소리가 건너왔다
20여 년 서울 생활에
지금도 갈 곳이 없다는 시인의 말이
예전엔 은유로 들렸던 그 말이
이젠 그대로 슬픔으로 온다
슬픔의 그림자까지 그대로 따라온다
하지만 어느 시인이 말한 것처럼
우리도 이젠 눈물도 아름다운 나이가 되어
새벽안개에 젖은 시인의 취한 목소리도
아무런 저항 없이 내 잠자리에 들어와 눕는다
달랑 목숨 하나 걸어 놓고 살아가는
세상의 모든 서글픈 것들도
이제는 차라리 아름다움으로 온다
- 박두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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