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향기 ♡ 시

탱화 속에

작성자홍종흡|작성시간24.07.14|조회수36 목록 댓글 0

 

탱화 속에                -홍종흡-

 

구부정한 나의 등자배기를 

확 움켜쥐고 솟구치더니

검은빛 공간 어느쯤엔 가

내동댕이 치고 가는 칼바람

 

공간 속에서 검은빛을 타고

내 몸이 빙글빙글 돌고 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도

예전에 와 본 듯 낯설지 않다

 

엄마가 물동이에 몰래 숨긴

초승달 같은 하얀 추억들을

흰 소매 걷어 휘적휘적 저어

손끝에 걸린 추억을 건져낸다

 

현을 긁어 뿌리는 작은 소리

살을 저며내는 비창의 음률로

용서를 구하는 아픔이 들린다

애절하게 울어대는 마지막 장

 

그중에는 허기진 소리도 있다

굶은 지 십 년도 넘었다는 듯

엄마의 모습이 윤슬 되어 온다

제사드린 지 사뭇 오래인 걸~

 

올부터는 푸짐하지는 않아도

내손으로 제사상 올려야겠다

이내 검은빛이 엷게 벗겨지니

내 모습이 탱화 속에 걸려 있다 

 

엊그제만 해도 석고반죽으로 

발등에 고통을 둘둘 감았는데

어느새 말끔히 떼어내고서는

아기처럼 송글송글 웃고 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신고 센터로 신고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