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향기 ♡ 시

세상을 밀고가는 힘 외

작성자초원의 꽃향기|작성시간24.08.06|조회수77 목록 댓글 0

 

 

 

세상을 밀고 가는 힘 / 임보

 

 

 

여름은 더워야 맛이고

개는 짖어야 한다

잡초는 뽑아내도 계속 자라야만 되고

아이들은 늘 무릎이 깨져 있어야 제격이다

바람둥이 여편네는 남몰래 서방질을 하고

사기꾼은 사기를

중은 염불보다 잿밥에 마음을 두어야 하리

이것이 제대로 굴러가는 세상이다

만약, 어느 날 문득

여름이 여름처럼 덥지 않고

시끄럽던 개들도 입을 다물고

김맨 자리에 잡초도 다시 돋아나지 않는다면

그리고

아이들도 어른처럼 점잖을 빼고

바람둥이 여편네도 두문불출 요조숙녀가 되고

사기꾼들은 모두 참회의 눈물을 흘리고

중들도 목탁만 열심히 두드린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 것인가?

흔들리는 갑판처럼 거리는 뒤뚱거려

사람들의 발걸음은 휘청거리고

부질없는 만남들로 흥청대던 도시는

이제 극지의 설원처럼 적막해지리라

이것은 구원이 아니라 파탄이다

세상을 이처럼 재미있게 한 것들의 절반은

세상을 이만큼 버티게 한 것들의 절반은

우리가 평소 별로 달갑게 여기지 않는

저 거칠고 불손한 것들임을 기억해야 하리

 

 

 

세상을 밀고 가는 그늘 / 임보

 

 

 

병든 사람들이 없으면

병원은 문을 닫고 의사들은 망하리라

화재가 발생하지 않으면

소방서는 헐리고 소방관들은 옷을 벗으리라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면

무기는 녹이 슬고 군대는 해산하리라

범법자가 서서히 없어지면

검사도 판사도 맥을 못 쓰리라

사기꾼들 때문에 변호사는 살이 찌고

죽은 이들 때문에 장의사는 먹고 산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신고 센터로 신고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