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후농 김상현 선생이 방북했을 때의 일이라고 한다.
사오십 도짜리 평양소주가 몇순배 돌고 나자
거나해진 후농이 입을 열었다.
"우리 전라도 사람들은 말이여,
헐말이 있으면 우선 참지를 못혀.
그리고 말투가 좀 거칠어뿌러.
그러니 먼저 양해를 구해야겄구먼"
그리고 나서
그가 터뜨린 말이 걸작이었다.
"야 이빨갱이새끼들아!
육이오 때 말이여,
쳐들어올려면 평일을 골라서 와야제
해필이면 남들이 다 잠든 일요일 새벽을 골라서 올건 뭐여?
이 순 빨갱이새끼들 겉으니라구!
그때 우리가 월매나 고생들 했는지 알어?"
동석했던 북측 인사들은 물론
함께 간 남측의원들도 후농의 이 느닷없는 일갈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크게 당황했다고 하는데,
정작 후농 자신은 언제 그랬냐는 듯
마주앉은 리종혁 아태위 부위원장을 향해
잔을 내밀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따, 뭔쐬주가 이리 독허다냐이?"
- 이시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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