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은 줄 알았습니다 / 임숙희
오랜 세월 잊고 살았던 그대가
불현듯 살며시 내게로 들어옵니다
다시는 돌아보지 않으리라
다시는 생각하지 않으리라
다시는 그리워하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다짐하였건만
한번 떠오르는 그대는
눈물이 되어 내 가슴에 흐릅니다
가슴에 묻어두고
꺼내보지 않으려 했던 그대였기에
그대 손잡고 싶었지만
흔들릴 것 같아 잡지 못했습니다
그대 모습 눈에 담고 싶었지만
눈물이 날 것 같아 바라보지 못했습니다
그대를 안아보고 싶었지만
그대의 고운 숨결을 잊지 못할 것 같아
애써 외면했습니다
그렇게 떠나보낸 그대를
다 잊은 줄 알았습니다
다 잊힌 줄 알았습니다
다 지난 일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 줄 알았습니다
어느 하늘 아래에서 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그대를
오랜 세월 기다리며
그리워하고 있는 줄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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