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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_ 송유미

작성자루히嵝怬|작성시간26.01.07|조회수85 목록 댓글 2

     뿌리_ 송유미(1954-2023)

 

 

쓸 만한 나사 하나 찾으려고 연장함 뒤적인다
한 번 어디엔가 박혔다가 튕겨 나온 나사들
다시 쓰기 어렵다 나사의 뿌리가 다쳤기 때문이다
화분에 옮겨 심다가 잘려나간 뿌리로는
다시 어디에 심어도 뿌리를 내리기 어렵다
내가 통째로 그 자의 눈에 거슬려 뽑혀 나와
다시 그 자리의 틈을 파고들기 어렵듯이
천직의 일자리를 잃은 무수한 나사들이 칼잠을 자고 있다

물질주의 뿌리가 없이는 가난한 민초의 생은
부평초의 떠돌이 신세를 면치 못한다
가능한 한 그 뿌리를 융성하게 번식시켜야 하고
그 뿌리를 잃지 않아야 이 세상에다 꽝꽝
내 목소리의 뿌리내리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철면피로 망치를 잡아 쥐고
녹이 슬었지만 그나마 뿌리가 생생한 나사 하나 찾아
단단한 벽에 한 그루 나무를 심듯이 쾅쾅
집 전체가 무너지게 나사를 박는다
이 나사가 튕겨 나오면 집 한 채도 무너질 것이다
이보다 세상이 단단하니

뽑히지 않은 뿌리들은 더 손잡고 깊어 갈 것이다

 

[2011년 발표 시집 「살찐 슬픔으로 돌아다니다」에 수록]

 

 

 

《후애, 厚愛조현정 詩 / 박대웅 작곡

 

바리톤 김민성(1984 ~ ) 노래입니다.

https://youtu.be/pAV5vsZPItc?si=YigwS-OJV4YQI7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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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미지 | 작성시간 26.01.07 ㅎㅎ
    안녕하세요

    '뿌리'
    뽑혀 나간 삶의 아픔을
    나사 하나로 단단하게
    박아낸 시군요
    잘 감상했습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 답댓글 작성자루히嵝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1.07 그게 말입니다...
    댓글이 게시글보다 폼나면
    반칙이지 말입니다. ㅎ

    평안한 하루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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