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지 식물_ 임동확(1959 ~ )
ㅡ心經 15
어쩔 수 없는 것들일랑 안타까워도
풀밭으로 소를 내몰 듯이 쫓아보내라
꽃은 누가 가꾸지 않아도 절로 피고 지고
세월의 창밖엔 불러모으지 않아도
이름 모를 새들 한바탕 울고 가나니
너희만 여전히 흉몽凶夢의 시간에 붙들려
나무 그늘에 음지 식물처럼 서 있구나
아직도 때가 이르지 않았다고 하고,
때로 거기에 의지하는 게 편하다고 하면서
동터오는 쪽을 향해 돌아서지 않는구나
그러니 죽음처럼 아무리 가로막아도
비정하게 제 길로 들어서는 것들일랑
폭포처럼 빠르게 통과하게 하고
밤낮으로 쭈그러드는 목숨의 슬픔일랑
가을 나뭇잎처럼 떠나보내고
따라 부를 수 없는 저 처절하고 애절한
수리성¹의 판소리 한 대목일랑 들을 수 있는
열린 한쪽 귀만으로 감사해하고
끝내 지워지지 않을 가슴속의 앙금일랑
점점 파고드는 옹이²와 함께 성장해온
저 늙은 솔을 보며 내버려두라
어설픈 화해는 더 큰 불화로 이어지고
잘못 건드린 상처는 더 큰 아픔을 부르나니
어찌하여 지금도 가혹하게 자신만을
그토록 매질하며 추억의 응달에 서 있는가
어찌하여 습기 어린 기억의 주변을 서성이며
끝내 아무도 용서하지 않고 있는가
[1994년 발표 시집 「벽을 문으로」에 수록]
¹수리성: 판소리 창법에서, 쉰 목소리처럼 껄껄하게 내는 목소리.
²옹이: 나무의 몸에 박힌 가지의 밑부분.
《고추 잠자리》 김순곤 작사 / 조용필 작곡
박찬욱 감독이 2025년 만든 영화 「어쩔 수가 없다」 삽입곡였으며,
조용필(1950 ~ ) 1981년 발매 3집 앨범 수록곡입니다.
https://youtu.be/HUrgBa3uf7c?si=Qz1ALI7VAoLO8AI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