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향기 ♡ 좋은글

무위이무불위

작성자낚시왕|작성시간21.07.16|조회수777 목록 댓글 1

가마우지와 왜가리가 사는 법
ㅡ무위이무불위無爲而無不爲ㅡ

우리 동네를 가로질러 흐르는 굴포천 천변은 우거진 숲과 자라고 가꾸어진 산책길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한가롭게 살고 있는 나 역시 오후가 되면 집콕을 벗어나 산책인 듯 운동인 듯 천변을 걷는다.

봄이면 잉어들이 떼 지어 올라오는 이곳은 물새들의 터전이기도 해서 사람과 새들이 공유하는 공간이다.
요 며칠 천변을 걸으며 눈에 띄는 두 마리의 새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가마우지와 왜가리라는 이름의 새이다.
같은 곳에 사는 새이지만 이들의 사는 모습은 하늘과 땅만큼 달라도 너무 다르다.
가마우지는 물속에서 고개만 내놓고 쉼 없는 자맥질로 물고기 사냥에 여념이 없는데 왜가리는 먹이에는 관심이 없는 듯 갈대숲 가장자리에 서서 먼 하늘만 바라볼 뿐 움직임이 없다.

바쁘게 사는 가마우지와 한가로운 왜가리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어느 책에선가 읽은 사업가와 어부의 대화가 생각났다.

어느 한적한 마을의 부둣가에서 부유한 사업가가 어부가 잡아놓은 몇 마리의 물고기를 보고 물었다.

“이걸 잡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나요?”
“잠깐이면 되지요.”
“그럼 더 오래 일해서 많이 잡으면 좋지 않아요?”
“가족 먹여 살리고 친구들에게 몇 마리 나눠줄 정도만 잡으면 되지요.”
“그럼 남는 시간엔 뭘 하는데요?”
“그야 책 읽고, 애들과 어울리고, 낮잠도 자죠, 그리고 저녁엔 마을에 나가 친구들과 술도 한 잔하고 놀지요.”
사업가가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저라면 그 시간에 물고기를 더 많이 잡아서 돈을 모아 큰 배를 사겠소.
그러면 어획량이 늘어나 배를 몇 척 더 살 수도 있고 나중에는 큰 도시로 가서 편히 살 수도 있고요.”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어부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렇게 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겠소?”
“한 15년에서 20년, 길어야 25년이면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그 다음에는 뭐하지요?”
“그야 그 동안 고생했으니까 편하게 살아야지요.
책 읽고, 애들과 어울리고, 낮잠도 자야지요.
그리고 저녁이 되면 술집에 가서 친구들과 술도 한 잔하고 놀아야지요.”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어부가 말했다.

“지금 내가 그렇게 살고 있지 않소?” 
어부의 사는 방식은 노자가 도덕경에서 말한 무위이무불위無爲而無不爲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이 말은 ‘무위하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없다.’라는 뜻이다.
무위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어부처럼 애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살아지는 대로 사는 것을 말한다.
노자는 이를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 하였다.

고기가 많이 잡히면 많이 잡히는 대로 적게 잡히면 적게 잡히는 대로 그에 만족하며 사는 것이다.
어부는 이런 생각을 하며 살지 않을까?
‘인생 별거 아니여, 사는 대로 사는 거지 뭐.’
반면 사업가의 사는 방식에서는 근면, 성실, 절약 등의 용어가 떠오르고 더 많은 것, 더 큰 것, 더 높은 곳 등의 지향점이 생각난다. 사업가는 이런 마음으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생은 열심히 살아야 하는 거여.’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가?
사회적 통념은 사업가처럼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하지만 꼭 그렇게 살아야만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애쓰지 않고 살아지는 대로 사는 어부나 지향점을 향해 애써 사는 사업가나 궁극의 사는 모습은 같으니 말이다.

사실 물질적 풍요와 행복의 관계는 기본적인 의식주만 충족되면 크게 상관이 없다고 한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소확행이나 단순한 삶을 희망하는 심플라이프가 회자되는 것은 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왜가리나 어부처럼 사는 것도, 가마우지나 사업가처럼 사는 것도 좋은 일이다.

선택은 각자의 몫. 바쁘게 사는 돈 많은 사장보다는 외진 산속에서 한가롭게 사는 욕심 없는 자연인이 더 부러운 것은 순전히 나의 취향이다.
그래서 빈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왜가리가 좋아 보이고 눈길이 자주 가는가 보다.

무위이무불위無爲而無不爲라는데 너무 열심히 살 일도 아니다.
한낱 새도 실천하는 일을 어찌 사람이 실천할 수 없겠는가?

2021년 7월

- 좋은글 중에서 -


♡ 받은 글 ♡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한결같이요 | 작성시간 21.07.16 고맙습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