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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 좋은글

종이배 사랑

작성자초원의 꽃향기|작성시간24.01.26|조회수399 목록 댓글 4

 

종이배 사랑 

 

 

 

내 너 있는 쪽으로

흘려 보내는 저녁 강물빛과

네가 나를 향해 던지는

물결 소리 위에

우리 사랑은 두 척의

흔들리는 종이배 같아서

무사히 무사히 이 물길 건널지

알 수 없지만

아직도 우리가

굽이 잦은 계곡물과

물살 급한 여울목 더

건너야 하는 나이여서

지금 어깨를 마주대고 흐르는

이 잔잔한 보폭으로

넓고 먼 한생의 바다에

이를지 알 수 없지만

이 흐름 속에 몸을 쉴 모래톱 하나

우리 영혼의 젖어 있는 구석구석을

햇볕에 꺼내 말리며

머물렀다 갈 익명의

작은 섬 하나 만나지 못해

이 물결 위에 손가락으로

써두었던 말 노래에 실려

기우뚱거리며 뱃전을 두드리곤 하던

물소리 섞인 그 말

밀려오는 세월의

발길에 지워진다 해도

잊지 말아다오 내가 쓴 그 글씨

너를 사랑한다는 말이었음을

내 너와 함께하는 시간보다

그물을 들고

먼 바다로 나가는 시간과

뱃전에 진흙을 묻힌 채 낯선 섬의

감탕밭에 묶여 있는 시간 더 많아도

내 네게 준 사랑의 말보다

풀잎 사이를 떠다니는 말

벌레들이 시새워 우는 소리

더 많이 듣고 살아야 한다 해도

잊지 말아다오 지금

내가 한 이 말이

네게 준 내 마음의 전부였음을

바람결에 종이배에 실려 보냈다

되돌아오기를 수십 번

살아 있는 동안 끝내 이 한마디

네 몸 깊은 곳에

닻을 내리지 못한다 해도

내 이 세상 떠난 뒤에 너 남거든

기억해다오

내 너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 도종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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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창원친구 | 작성시간 24.01.26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초원의 꽃향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1.26 감사합니다
  • 작성자얼씨구7 | 작성시간 24.01.30 좋은글 고맙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초원의 꽃향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1.30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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