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의 흉터
최옥
달력에 적힌 삼월의 날짜들은
이제 흉터가 되었다
엘리엇의 사월보다 잔인했던 달
봄이라는 이름으로 와서
아주 따뜻한 이름으로 와서
온 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그 봄날, 흩날리던 꽃잎들은
숨 쉬던 순간마다 생채기를 남겼고
나는 먼지 하나의 무게
햇살 한 줄기의 무게를 알게 되었다
빈틈없이 흉터만 가득한 줄 알았던 삼월
비로소 그 흉터 속에서
우리가 좋아했던 바다를 보았고
백사장을 걸어가던 당신 발자국을 보았다
그리고 수평선을 보았다 끝인 것 같지만
다시는 끊어지지 않을 영원이 존재하는 곳
내가 남겨둔 단 한 줄의 말이
그 수평선을 닮았음을
거기 당신 있음을 이제는 안다
다시 봄이 오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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