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 내 인생 / 이근대
나는 인생에게
살려달라고 간절하게 매달렸다
내가 인생에게 해준 게 없어서
면목 없었지만
내 모가지를 잡고 비튼 건
인생이었다
눈물에 밥을 말아 먹으면서
상처에 소주를 마구 들이붓고
살기 위해 온갖
미친 짓을 다 했었다.
인생은 참으로 냉정했다
나에게 쓴 커피 한잔 사주지 않았고
아픈 가슴도 한 번
어루만져주지 않았다
공짜를 기대한 건 아니지만
힘들 땐 나를 의탁하고 싶다는 생각이
밀물처럼 밀려왔던 건 사실이다
인생이 너무 미워서 울었고
인생이 너무 싫어서 도망쳤고
인생이 너무 아파서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 <괜찮아, 사랑이야> 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