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시절, 미술 시간이었다
그림을 그리며 우리들은 신이 났다
잘 그린 그림은 교실뒤 게시판에다
붙여놓는다는 선생님 말씀에
우리들은 싱글벙글 그림을 그렸다
미술 시간이 있던 다음 날 아침,
교실에 들어서는 이이들마다 자두알만큼 눈이 커졌다
교실 뒤에 붙여놓은 그림 때문이었다
63장의 그림들이 담쟁이 덩굴처럼
교실 뒷벽 전체를 가득가득 덮고
있었다
어깨에 어깨를 걸고 가파른 벽을
오르고 있었다
잘 그린 그림이든, 못 그린 그림이든
담쟁이 덩굴처럼 손을 잡고 가야 한다고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잘난 사람이든, 못난 사람이든
담쟁이덩굴처럼 어깨에 어깨를 걸고
가야 한다고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선생님은 일주일에 한 번씩 그림을
붙이셨다
의자와 책상을 사다리처럼 높이높이
세우고 우리들이 그린 그림을 교실
뒷벽에 붙이셨다
어둠이내릴 때까지 혼자 남아
붙이셨다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건 박수
받는 사람이 아니다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건 박수
치는 사람이다
--이철환 산문집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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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솔의향1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4.07.14 오래전에 인상 깊었던 글을 옮겨 봅니다
미지님께서 글에 흡족하셨다니 감사드리며
저 스스로 감동하는 글귀중 하나네요
행복하고 즐건 저녁시간
되시길요 이미지 확대 -
작성자박종혜 스테파노 작성시간 24.07.14 그래요.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건 박수받는 사람이 아니라 박수치는 사람입니다.
가슴 뿌듯한 얘기 정말 좋았습니다.
벽을 타고 오르는 담장이같은 얘기,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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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꽃구름!!! 작성시간 24.07.17 참으로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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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얼씨구7 작성시간 24.07.18 좋은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