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나 사이
詩 人 / 李 生 珍 (1929~ )
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사이입니다.
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
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누구 기억이
일찍 들어오나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은 서서히
우리 둘을
떠나고
마지막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 줄
모르고
그가
내 아내인 줄
모르는 날도
올 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
그것을
무어라고
하겠습니까.
인생?
철학?
종교?
우린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
2019년 봄 평사리 최참판 댁 행랑채 마당에서
박경리 문학관 주최로 제1회 "섬진강에 벚꽃 피면 전국詩낭송대회"가 열렸습니다.
60여 명이 참가한 이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던 낭송시가 바로 李生珍 詩人의
이 작품입니다.
우리의 삶이란 “서로 모르는 사이가 /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 다시 모르는 사이로 /
돌아가는 세월” 일 뿐이라고. . .
https://youtu.be/U3bnO5JT7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