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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 좋은글

8월의 시 모음 / 목필균, 이해인, 오세영, 윤보영, 고은영

작성자하늘 바래기|작성시간24.08.01|조회수724 목록 댓글 0







8월의 시 모음

8월 / 목필균

누구의 입김이
저리 뜨거울까

불면의 열대아를
아파트촌 암내 난
고양이가 한자라씩
끊어내며 울고

만삭의 몸을 푸는 달빛에
베란다 겹동백 무성한
잎새가 가지마다
꽃눈을 품는다.







8월의 시/ 이해인

​햇볕에 춤추는 하얀 빨래처럼
깨끗한 기쁨을 맛보고 싶다
영혼의 속까지 태울듯한 태양 아래​
나를 빨아 넣고 싶다


​여름엔
햇볕에 잘 익은 포도송이처럼
향기로운 땀을 흘리고 싶다
땀방울마저도 노래가 될 수 있도록
뜨겁게 살고 싶다


​여름엔
꼭 한번 바다에 가고 싶다
오랜 세월 파도에 시달려온
선 이야기를 듣고 싶다
침묵으로 엎드려 기도하는 그에게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오고 싶다.







8월의 시 / 오세영

8월은
오르는 길을 멈추고 한번쯤
돌아가는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달이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가는 파도가 오는 파도를 만나듯
인생이란 가는 것이 또한
오는 것
풀섶에 산나리, 초롱꽃이 한창인데
세상은 온통 초록으로 법석이는데

8월은
정상에 오르기 전 한번쯤
녹음에 지쳐 단풍이 드는
가을 산을 생각하는
달이다.




8월 마중 / 윤보영

해 돋는 언덕으로
곧 만날 8월을 마중 와 있습니다.

무성한 풀잎 냄새보다도
낙엽 느낌이 더 진한 걸 보니
8월이 가까이 와 있나 봅니다.

8월에는
아름다운 시간으로 채우겠습니다
계곡물 흐르는 소리도 듣고
그동안 만나지 못한
그리운 사람도 만나겠습니다.

느낌 좋은 9월이
미소로 걸어올 수 있게
행복한 마음으로 보내겠습니다.

8월을 마중 나온 내 안에
절로 미소가 이는 걸 보니
떠날 준비 중인 7월도 만족했나 봅니다.







​8월처럼 살고 싶다네/고은영

친구여,
메마른 인생에 우울한 사랑도
별 의미 없이 스쳐 지나가는 길목
화염 같은 더위 속에 약동하는 푸른 생명체들
나는 초록의 숲을 응시한다네

세상은 온통 초록
이름도 없는 모든 것들이
한껏 푸른 수풀을 이루고
환희에 젖어 떨리는 가슴으로 8월의 정수리에
여름은 생명의 파장으로 흘러가고 있다네
무성한 초록의 파고
영산홍 줄지어 피었다.

친구여,
나의 운명이 거지발싸게 같아도
지금은 살고 싶다네
허무를 지향하는 시간도
8월엔
사심없는 꿈으로 피어 행복하나니
저 하늘과 땡볕에 울어 젖히는 매미 소리와
새들의 지저귐 속에 나의 명패는
8월의 초록에서 한없이 펄럭인다네

사랑이 내게 상처가 되어
견고하게 닫아 건 가슴이 절로 풀리고
8월의 신록에 나는 값없이 누리는
순수와 더불어
잔잔한 위안을 얻나니
희망의 울창한 노래들은 거덜 난 청춘에
어떤 고통이나 아픔의 사유도
새로운 수혈로 희망을 써 내리고 의미를 더하나니

친구여,
나는 오직 8월처럼 살고 싶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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