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떨어져 밟힐 때
꽃 떨어져 밟히는 그 짧은 사이
한 사람의 생애가 왔다가 간다.
바람은 몸 안에 새소리 하나 심어놓고
살구꽃 진 언덕을 남루뿐인 한 생애가
비틀거리며 올라가는 동안
시간은 잠깐 우물에 비친 바람소리 같다.
내가 너를 안을 때
내 안의 우주가 미묘하게 떨리듯
꽃 한 송이 벌어질 때 하늘로 난 창문 하나 열리듯
너는 없지만 그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
울던 사람들이 눈물을 닦고
꽃 떨어져 밟히는 길을 손 모으며 걸어갈 때
자신을 쏜 암살자를 향해 합장하며 쓰러지던
마하트마 간디처럼
세상의 슬픔 속에 우린
따뜻한 미소 하나 심을 수가 있을까?
- 김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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