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주는 마음 ~♧
글/용혜원
푸른 물감이
금방이라도 뚝뚝 떨어질 듯이
맑고 푸른 가을날이다.
하늘이 너무도 푸르러
쪽박으로
한 번 떠 마시고 싶은 마음이다.
가을은
기다림의 계절이 아닌가?
한 다발의 꽃을
줄 사람이 있으면 기쁘겠고,
한 다발의 꽃을
받을 사람이 있으면
더욱 행복하리라.
혼자서는 웬지 쓸쓸하고,
사랑하며 성숙하는 계절이다.
여름 내 태양의 정열을 받아
빨갛게 익은 사과들
고추잠자리가 두 팔 벌려
빙빙 돌며 님을 찾는다.
가을은
모든 것이 심각해 보이고
바람 따라 떠나고 싶어하는
고독이
너무도 무섭기까지 하다.
그러나 푸른 하늘아래
해맑은 아이들의 웃음은
더욱 아름답고
가을은 옷깃을 여미는
질서와 신사의 계절이기도 하다.
봄날이나 여름날
한 잔의 커피를 마심보다
낙엽 지는 가을날
한 잔의 커피와 만남의 이야기는
긴 여운을 남길 것이다.
가을처럼 사람들을
깨끗하고 순수하고 부드럽게
만드는 계절도 없을 것이다.
나는 가을을 좋아한다.
그리고 사랑한다.
가을은 혼자 있어도 멋이 있고
둘이 있으면 낭만이 있고,
시인에게는 고독 속에
한편의 시와
그리움이 있기 때문이다.
외로움에 젖다 보면
다정한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고,
그 분에게는
조용히 기도를 드리며
시를 쓰고 싶다.
가을은
만나고 싶은 계절이다.
가을의 맑은 하늘에
무언가 그려 넣고 싶을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가을은
사람들의 가슴에서
들판으로 번지기 시작해
이 땅을 물들게 한다.
우리는 어느 날인가
기다릴 이유가 없을 때
이 땅을
떠나갈 사람들이 아닌가?
살아감은 만남으로 열리고
가을의 문도 열리고 있다.
가을이 와서 바람이 되는 날
가을이 와서 낙엽이 되는 날
온 하늘이 푸른 바다가 되면
모든 사람들은
또 다른 계절로 떠나고 싶어하는 것이다.
가을!
이 가을은 사랑하고픈 계절이다.
사랑하고 있는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