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으로써 자유로워지는 법/원제스님 법당 안에는 촛불이 고요히 타오르고, 향 내음이 그윽이 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나지막한 염불 소리가 들립니다. 촛불과 향 내음과 염불 소리는 결코 서로를 방해하거나 교섭하지 않습니다. 다만 각자의 인연에 따라 분명하게 나타날 뿐입니다. 빛과 냄새와 소리가 법당의 허공에서 분명히 드러나건만, 서로의 인연이 펼쳐짐에 아무런 장애나 걸림이 없습니다. 실체 없이 비어있고, 모든 인연을 허용해주는 허공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선지 선사들은 종종 허공에 대한 비유를 자주 했습니다. 우리는 ‘내’가 중심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허공이야말로 중심입니다. 나와 달리 허공은 중심이 없습니다. 중심 없는 중심, 이것이 바로 진정한 중심의 모습입니다. ‘나’라는 존재는 고정적인 실체가 아니라, 촛불과 향 내음과 염불 소리처럼 인연 따라 드러난 하나의 모습이며 현상이자 흐름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나’라는 실체를 믿는 탓에 갈등과 다툼을 만듭니다. 빛과 냄새와 소리가 허공 안에서 각자의 인연에 따라 조화롭고 자유롭게 드러나는 모습과 대조적입니다. 나와 세상이 실체로서 존재한다는 착각에서 벗어날 때 우리는 현실이라는 꿈에서 깨게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꿈이라는 묘한 흐름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실체로 여겼던 나와 세상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삶을 대하는 무게가 가벼워지면서 보다 더욱 분명하게 세상일들을 대하며 흘러갈 수 있습니다. 꿈 안에서 살되 꿈임을 분명히 알아, 더는 꿈에 묶이지 않고 오히려 꿈 안으로 들어가, 꿈으로써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나와 세상이 명백한 꿈임을 알되, 꿈에서 벗어나려는 대신 하나의 꿈으로써 지혜롭게 흘러갈 수 있습니다. 이것이 곧 머무름 없이 흐르는 방법입니다. 유마 거사는 이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무위에 머무르지 않고, 유위를 다하여 끝나지도 않는다.” [원제 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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