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향기 ♡ 좋은글

거름의 시인 - 故 조영관 시인 영전에

작성자초원의 꽃향기|작성시간24.09.24|조회수174 목록 댓글 0

 

 

 

 

 

거름의 시인 - 故 조영관 시인 영전에 

 

 

 

 

 

긴 술자리를 마지막까지 지키던

석가여래좌상이었다 해도 .....

 

술자리를 먼저 터는 것을 비겁하게 여겼던

어처구니 없는  한 사내였다 하여도 .....

 

스스로 정수리에 깊은 말뚝을 꽂고 

다 떠나간 현장을 지키던

무모한 노동자라 하여도 .....

 

이 따위 유고시집이나 남기고 가는

몹쓸 시인이라 하여도 .....

 

 

 

드디어

그대 홀로 눕던 빈방을 닫고 가는가

 

깊은 강에 자책의 돌덩이를 던지며

저무는 햇살 속이 아니라  해뜨는 낯선 새벽 속으로

표표히 떠나던 유랑의 한 사내

 

참 사람 좋은 한 사람,

누구 뜻대로 가시는가 .....

 

 

영근이형 죽던 날

왜 저리 아프다 아프다 죽냐고 목놓아 울던

하 그 붉은 눈물자국이 당신의 짧은 꽃길이구나

 

노동이란 저마다의 진실인데

어찌

높이가

비굴과

구차가 있는가 .....

 

 

 

등허리 굽혀 지키던

외로운 불꽃들 사그러지고 .....

 

당신 오랜 시의 저장고였던

숙명의 지지대였던 철골이 무너지고 .....

 

산소통은 텅 비고

용접선은 널브러져 우리는 할 말을 잃는다

 

 

 

한꺼번에 울지 않은 울음은

나눠서 생을 두고 울겠지만

 

당신 전생의 발자국이

묵음으로 아프구나

 

이 위대한 노동의 숨결 위에 쏟아져 내리는

갯비린내 위에 아련히 저며오는 저 귀한 소금땀 냄새

 

 

 

그래 나는 돌아가야 하리라던

당신 그래 평안히 돌아가시라

 

너와 나를

인간을, 땅을, 바다를, 하늘을 섬기는 운동

 

아니 그걸 홀딱 넘어서버리는

가만히 거름이 되어버리는 운동

 

그 숙명을 이제 탈고하고 흰 백지만 있는 곳

운동도 공동체도 아픔도 이별도 없는 곳

 

다 없으되 좋은 것만 있는 곳

몇 발짝 더 먼저 가시라

 

 

 

그 거름 위에 봄꽃이 피고

보리밭 푸르게 넘실대고

 

우리는 당신의 시같은 긴 노래를 함께 부를 때

당신은 파안으로 다가와 어깨를 걸고

 

밤새 추임새를 넣으리

술같은 건 없어도 환장하게 취하리

 

 

- 문동만 -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