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모퉁이
우향 이원용
나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고 그져
천년도 넘게 그 자리에 앉아
지나는 이들에게 길가르쳐 주던 황토길이
큰길을 낸다며 찾아온 불도져와 굴삭기들의
협박과 성화를 이기지 못하고
제 살점들을 뚝뚝 잘라 깊은 곳에 묻어주고
더러는 심장 깊숙하게 간직한 바위들을
횟집주인의 능숙한 칼솜씨처럼 잘라
인정없이 내어 놓으니
산길 모퉁이는 어느새
혓바닥처럼 넓게 들어누워
하늘을 처다보고 있다
이제 남은건 기억들도 잘라내어
내 가슴에 담는 것이다
나는 아무 잘못도 없이
이것들에게 사정하며
길섶을 흐르던 개울물들의 우는 소리에
덩달아 흐느끼며 돌아가야 한다며
야속한 흔적들을 주어 담는다
이제 나는 가야지
추억을 따라 가야지
애꿎은 기억의 살점들을 주어 모아
생각의 주머니에 넣고
횡 하고 떠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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