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딸 일정이 기가차게 정해졌습니다.
상주 고모네 한번 다녀올까 했는데 딸 얘기를 듣고나니 그래 그건 어쩔 수 없지 하며 양보하고 말았습니다.
'딸, 이번 주말 스케쥴이 어찌되노?'
'아이구 아빠, 말도 마소.
주말 완전히 코 끼였다.'
'무슨 말이고.'
'응. 정아가 토요일 오후에 친구들과 처음으로 시내에 나가기로 했단다.'
-뭐 나가서 아이 쇼핑도 좀 하고 적당한 곳에서 맛있는 것도 먹고 노래방도 가고 또 친구들과 영화도 보고 한단다.'
일단 시내에 태워주고 중간에 저거 놀 때 빠져 주어야 하고 그리고 영화 보고나면 몇 시가 될지 모르는데 그때 쯤와서 집에 태워오면 된단다.
자기들 놀 땐 반드시 자리를 비켜주어야 한단다.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이 일탈도 지독한 일탈 아니냐며 인상쓰는 딸애를 보며 지 애미 한마디.
'어디 커피숍에서 기다려 줘라.
처음 나간 애들 재미있게 노는데 방해하지 말고.'
딸애가 열 받아 꽥 소리를 지른다.
'어디 콩만한 것들이 집도 아니고 시내에서.'
'와, 니가 잘 지켜보면 안되나.'
'그리고 요새 애들 전화기 다 가지고 있는데 문제될 거 있나.'
지 애미한테 부탁하여 노는 걸 말릴려다가 꼼짝없이 지켜보는 수고까지 덤티기를 쓴 딸이 가엽다.
놔 둬라, 딸아.
애들 버릇없이 막 커는 것 같아도 은연중 부모 영향 받으며 잘 커가고 있단다.
부모의 우려는 우려에서 끝내자.
주말 지내고 아직 아무 말도 없는 것을 보니 별탈없이 잘 끝이 났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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