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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 자작글

하느님께 드리는 편지

작성자곰돌이|작성시간24.05.26|조회수73 목록 댓글 0

하느님께 보내는 편지

 

장희한

 

하느님 참 성겁하기도 하십니다

지난밤에도 그저께 밤에도

나를 아주 심심산골에 데려다 놓고 가셨지요

아마도 저승사자가 잘못 알고 데려가다 그냥 갔는지 모를 일입니다

집으로 오는 길도 모르겠고 길도 없는 산골입니다

그렇다고 아주 낯선 곳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언제인가 한 번쯤 왔던 것 같은데 차를 타려면 높은 산을

몇 개나 넘어야 하는 어느 산골인 것 같았습니다

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여기서 봉화가 제일 가까운 도시라고 하는데

봉화에는 비행장도 있고 고속 터미널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띄엄띄엄 움막 같은 집을 지어 농사를 짓고 있었습니다

먹고 사는 데는 아무런 장애가 없는 것 같았습니다

천수답 논도 있고 밭이 있고 사람이 살만한 곳이었습니다.

다만 농사를 지어도 내어다 팔 수가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저 철 따라 나는 농작물에 붕어랑 메기를 잡아먹는 것 같았습니다

입은 옷이라고는 어디서 구해 입은지 모르나

헤어진 티사츠에 허룸한 바지 였습니다

아마 지금 내 행색과 같았습니다

그래요 사람이 사는 것이 문명이 발달하면 편하기는 하겠지요

하지만 문명이 사람을 잡지요

그저 앞만 가리고 땅에다 곡식 심고 오순도순 살면 모두 행복하지

않을 까 싶습니다

이런 곳을 꿈에 보여 주신 것은 훗날 내가 살 자리라

미리 일러 주는가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하느님 내가 하늘나라에 가면 감사하다는 말씀 꼭 올리겠습이다.

안녕히 계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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