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묵념.
햇보리밥에 물 한바가지
굶주린 배를 달랬더니
산천은 푸르렀을텐데
산딸기 붉디 익은 산야에
먼데 포성은 왠 천지개벽이요
불꽃화염은 누구에 불장난인지.
사상도 이념도 모르고
나랏님의 얼굴도 잘 몰랐는데
무슨 연유에 피 비린내
아비규환은 왠 일이었는지요.
청춘에 끊어진 붉은 핏줄은
유월의 햇살보다 붉고 뜨거웠을
텐데
멈춰진 기억에 감지 못한
두 눈에는 고향에 가족들이
여울진 눈물의 잔상이 되었겠지요.
해마다 유월은 돌아오면
녹슬은 철모에 빛 바랜 그 시절
비련은 한 맺힌 비목이 되어
사위어 가는 시대의 회색벽에서
목메인 진혼가를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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