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故鄕 상동 / 정 순준
기억의 길을 따라 걷는다면
이보다 더 아련한 그리움이 어디 있으랴
세월이 흘러도
가슴 한켠에 지워지지않는 이름
내 영원한 노스텔지어 상동
윗녘으로 세송
아랫녘으로 가삼
세송골을 적시며 흘러내린 물줄기는
단양촌을 지나 꼴두바우 앞에서 턱골물을 품고
신대골과 치랭이골 고무락골과 본구레를 지나
골마다 숨겨둔 사연들을 싣고 옥동천이란 이름으로 모여
쉼없이 남한강으로 흘러간다
첩첩 산그늘 아래 묻혀 있으면서도
결코 외롭지 않던 곳
한 때는
대한중석 상동광산의 불빛이
밤하늘을 밝히며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을 뛰게하고
광맥 속에서 캐어 올린 텅스텐으로
세계에 상동의 이름을 새겨 넣던 곳
겨울이면 만항재를 넘어온 삭풍이
산마루를 하얗게 쓸고 가고
여름이면 수라리재를 타고온 바람이
푸른 숲의 숨결을 흔들어
골짜기마다 시원한 노래를 남기던 곳
단양촌 교촌 제자거리 아우라지 칠량리
그리고 본구레 내덕과 덕구 가삼까지.
두메산골이라 불렀지만
그 시절 어느 소도시 못잖았으니....
골마다 사람사는 냄새가 가득했고
웃음과 눈물 사랑과 이별이
들꽃처럼 지천으로 피어났으니
호박꽃 속에 반딧불이 잡아 담아
처마 밑에 달아 두면
어스름 저녁
부엉이 울음소리 멀리서 번져오고
별빛은 지붕위에 내려앉아
어린 꿈들을 토닥여 재워줬다
하늘 삼만평 그 아래
푸른 꿈을 키우며 뛰어놀던 친구들
함지박 속 보리밥만큼이나
소박하고 넉넉했던 인정
그 시절의 웃음소리는 지금도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맑은 물소리 되어 흐른다
어느덧 황혼을 마주하는 나이가 되어
노을을 벗삼아 인생길을 걷고 있지만
눈을 감으면
여전히 펼쳐지는 고향의 풍경
산과들 개울과 바람
친구들의 웃음과 어머니의 저녁 연기
총천연색 추억으로 되살아나
가슴 속 스크린 가득 채워 온다
내 고향 상동
세월이 아무리 멀리 흘러도
그리움의 뿌리는 뽑히지 않고
내 생의 마지막 노을이 질 때까지
가장 따뜻한 이름으로 남아있을 곳
아, 上東
그곳은 내가 떠나온 고향이 아니라
평생을 품고 살아가는
내 마음의 본향이어라
20260610
이미지: 高頭巖(꼴두바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