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개.
🙏🎋幸福한 삶🎋🎎🎋梁南石印🎋🙏
지 : 지울 수가 없었어.
우 : 우리가 마지막 인사를 나누던 날,
개 : 개살구처럼 떫고 쓴맛을 남긴 채 돌아선 널
지울 수 있는 지우개를 찾아 세상 끝까지 가고 싶어.
넌 모를 거야,
나는 오늘부터
독해지기로 다짐했어.
왜냐고,
궁금하기나 하니,
미워서가 아니었어,
잊고 싶을 만큼 사랑해서야,
내 마음속에 자리한 너를
악몽을 꾸고 깬 듯 말끔히 지워야만
겨우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아서.
널 잊기 위한 눈물을 삼키며 생각했어.
왜 그랬을까.
아마도 넌 내 삶의 한쪽을
통째로 차지했던 사람이었으니까.
시간이 흐르면 괜찮아질 줄 알았어.
계절이 몇 순번이나 바뀌고,
수많은 날이 스쳐 지나갔지만
너는 여전히 기억 한구석에 앉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나를 바라보고 있더라.
그래서 이제는 지우고 싶어.
네가 미워서가 아니었어.
잊을 수 없을 만큼 사랑했기 때문에,
붙잡고 있을수록 내가 더 아파졌어.
사실은 말이야,
잊지 않고 품고 살다보면
언젠가는 다시 닿을 수 있을 거라 믿었어.
우연처럼 마주치거나,
늦은 안부라도 건넬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그런데 이제서야 알겠더라.
넌 내가 버둥거리며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는 심연 너머에 있다는 것을.
하늘이 무너지고 세상이 뒤집힌다 해도
어떤 인연은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것을.
그런 기억을 품고 산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긴 외로움이더라.
그래서 잊기로 했어.
너를 버리기 위해서가 아니야
내가 살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어.
못난 내가 널 가슴에 묻어둔 채
조금씩 앞으로 걸어가기 위해서.
혹시라도, 정말 먼 훗날
내가 잘 살아남는다면,
그때는 그리움도 아픔도 아닌 마음으로
어디선가 네가 날 잊고 잘 살고 있는지
단 한 번만이라도 먼발치에서 너를
바라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