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죽서루 누대에 올라

작성자정순준|작성시간26.06.21|조회수73 목록 댓글 1



죽서루 누대에 올라 / 정순준


죽서루 누대에 올라

굽이굽이 흘러가는 오십천을 바라본다

천년 세월도 저 물결 따라 흘렀을까

깍아지른 절벽 아래 맑은 물은 쉼없이
흐르는 데

머뭇거리며 살아온 내 삶은 아직도
강위에 서 있다

대숲을 스치는 바람소리

귀 기울이면

옛 선비들의 시 한 수 묵객들의 풍류
한 자락이

푸른 잎 새 사이로 은은히 살아나고

한때는 나도

저 강물처럼 거침없이 흘러가고 싶었으니

세상은 모난 돌마저 둥굴게 만들어

이제는 흐름보다 머무름의 뜻을 먼저
알게 하는구나

노을은 강물 위에 내려 앉고

산 그림자 길게 누으면

지나간 날들의 웃음과 눈물도 물결따라
번져간다

죽서루에 기대고 선 저녁

문득

불러도 대답없는 이름 하나 떠오르고

끝내 전하지 못한 말들이 바람이 되어

대숲 사이로 지나간다

그리움이란

잊지 못해서가 아니라

세월이 깊어질 수록 더 선명해지는 것

오늘도

오십천은 말없이 뱌다로 가고

나는 죽서루에 올라

흐르는 물보다 먼저

흘러온 생을 바라본다


20260619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편백나무 | 작성시간 08:58 new 좋은 글 올려주셔
    잘 보고 웃고 갑니다
    수고 하셨구요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