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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 감동글

김명선 작가를 소개합니다

작성자고쿠락|작성시간23.06.02|조회수88 목록 댓글 0

김명선 시조작가를 소개합니다

 

오늘 시조작가 김명선 시인으로부터 《무지개를 도는 술래》 라고 하는 첫 시조집을 받았습니다.

책을 펼쳐 보니 인터넷 방에서 가끔 만나던 분으로 무엇보다 첫 시조집을 내 놓은 무명작가라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몇 편 소개를 해 보겠습니다

인사 말 먼저 들어 보겠습니다

 

 

인사 드립니다

 

늦게 시작한 글쓰기가 몇 년이 후딱 갔습니다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는 동안 재미있는 일도 많았고

내 일상도 조금 씩 윤이 나기 시작 했습니다

무릎 한 번 탁 칠만한 작품이 나오면 책을 만들겠다고 생각했지만

무딘 붓끝이 처음 뜻과는 사뭇 다르네요

시조를 쓴다는 일은 역시 조선 선비들처럼 까다롭고 어려웠지만

어쩌면 그것마저 매력이었는지 몰라요. 자꾸만 달라붙게 만드네요

몇 년 동안 망설이다가 첫 시조집을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용기를 내서 시조를 쓴다는 존재감도 느껴 보면서

살아가는 이유에 물레를 돌립니다

많이 도와주세요

어눌한 음치를 치유 하면서 다음 악보를 찾겠습니다.

 

내 삶의 든든한 배경이 되어 주는 남편과 가족 그리고

척박한 글밭을 가꾸는데 이끌어 주신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2023년 봄에 김명선

 

우선 책 뒷면에 올라있는 작품 「몽당연필」은 독자의 눈물을 쏙 빼 놓을 만큼 감동적인 시조였습니다.

몽당연필 이라는 시를 많이 보아왔지만 진정한 마음이 들어있는 그 중에 수작입니다.

 

 

 

몽당연필

 

 

당신의 살과 뼈를 한 뼘씩 깎아내며

내 키가 자랄 때 마다 당신 키는 줄었습니다  

한없이 써도 모자랄 당신 얘기 한 줄 없이

 

더는 쓸 수 없는 몽당이 다 되도록

내 희망과 성공과 사랑만을 쓰다가

당신을 놓쳤습니다

찾을 수가 없습니다.

 

어머니에게 못다 한 사랑이야기를 했듯이 이분의 작품 특징은 절대로 어려운 문장이 없는 아주 쉬운 글입니다. 그리고 고백서입니다. 쉬운 시를 쓰기가 더 어렵다는데 김명선은 작품을 빚는 기본적인 출발부터 그런 덧칠이 없는 말투로 시조를 만듭니다. 생활 중에 얻은 글감을 갖고 보통 이야기 하듯이 시조를 빚으면서 향기 진한 意가 깊이 배어 있습니다. 붓질이 한 번 휙 지나간 흑백 민화를 보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는 오랫동안 인생역정에서 얻은 경험과 습작기를 거친 결과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시는 만드는 것이라는데 만들었다기보다는 그냥 토해 낸 것 같이 순진하고 착합니다. 향기 진한 들꽃 한 송이를 보는 듯 합니다

지금 어디를 가나 찔레꽃이 무더기로 피는 때입니다. 김명선의 찔레꽃 작품을 읽은 뒤로는 찔레꽃을 만나면 한 번 더 쳐다보게 되고 전보다 더 진한 꽃향기에 취해 봅니다. 보육원생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의 나이가 되면 각자 사회생활로 접어드는 어려운 시기를 맞습니다. 찔레꽃 꽃무더기를 보면서 힘차게 살아가는 건강한 아이들의 모습으로 환치 된다는 작품 내용은 멋스러운 정창입니다.

 

‘슬픔 먼저 알아버린 차가운 세상에서

마음 곧게 세우려고 스스로 두른 가시

볕바른 언덕을 찾아 무더기로 피었다’

 

사물을 바라보는 깊은 사랑이 아니고서는 나올 수 없는 너무 아름다운 말씀입니다. 정말 어려운 환경에서 살더라도 찔레꽃 같은 향기가 가득한 그런 건강함이 듬뿍 묻어납니다. 그런가 하면 팥죽을 끓이다가 튀어오른 사건으로 부부의 이야기를 표현한 것이나 ‘떨어져 있어도 쥐어보면 꼭 한 주먹’ 이라고 하는 ‘가족’ 이야기가 그렇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라는 놀이를 갖고 삶의 희망 끈을 놓지 않는 표현을 했습니다. 이런 모든 작품을 소리를 내서 읽어보면 이빨에 혀가 부딪치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고 잘 정리가 되어있는 문장입니다. 오랜 습작시절을 보냈다는 흔적입니다.

이런 작품을 두고 내가 어쩌구 저쩌구 하는 말을 보탠다면 쓰잘데기 없는 군말이 될 것 같아서 여기서는 그냥 몇 편의 작품을 소개 해 보는 것으로 그치겠습니다. 왜냐하면 그 만큼 남의 붓질이 필요 없을 만치 읽기가 쉽고 감동이 깊은 그런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현대시조가 요구하는 그런 작가가 여기 나도 있소. 하고 손을 번쩍 드는 것 같아 반갑게 환영하면서 기대를 합니다. 아무 말 하지 말고 한 번 읽어 보세요. 절창입니다.

 

 

가족

 

 

나는 검지

너는 약지

끊지 못 할 배내 끈

 

떨어져 있어도 쥐어보면 꼭 한주먹

 

명절 날 수저 놓으며

빈자리가 그립다.

 

 

이제는

 

         

손톱 밑 잔가시에

아프다고 토라지던 

 

내 마음 그 곳에다

못 하나를 받습니다 

 

걸친 옷 무거우시면

편히 걸어 놓으라고 

 

 

진눈개비 2

 

 

눈이면 눈이던지

비면 비로 오던지

 

이도저도 아니면서

질척거리기만 하네

 

저러니 소박을 맞지

흐트러진 옷매무새

 

 

 

찔레꽃

 

 

영문도 모르면서

내몰린 산비탈에

철없이 모여 살던 보육원 그 아이들

어수룩 착하기만 해 

말없이 잘 웃었지

 

슬픔 먼저 알아버린

차가운 세상에서

마음 곧게 세우려고 스스로 두른 가시

볕바른 언덕을 찾아

무더기로 피었다

 

뼈 시린 더부살이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는 등 따듯하게 이렇게 사는 거라고

향기도 그윽한 향기

환하게만 피었다 

 

 

 

팥죽을 끓이다가

 

 

부글부글 끓어오른 단팥죽이 뜨겁게

튀어서 오르다가 손등에 툭 떨어진다

한순간 빨갛게 부푼 물집

오늘 아침 당신과 나

 

오기가 몰려오며 치솟던 소용돌이

목에 걸려 아프던 이물질 끈끈한 말

뱉지도 삼키지도 못해

글썽해져 있는데

 

한생을 휘돌아 잎도 열매도 다 떨군

늦가을 무서리가 혀를 차는 소리에

뻗대던 마음 거두어

수평 바로 잡는다

 

 

 

검은 비닐봉지

 

 

오만가지 시름을 터질 듯 눌러 담고

힘에 겨운 무게도

괜찮다 괜찮다고

남몰래 삭히는 신음

외로웠던 어머니

 

뼈마디 심장까지

다 꺼내 주고서야

펄럭이는 빈 봉지만

먼 하늘로 날아갔다

바람의 조문 행렬만

만장으로 따라갔다.

 

 

 

서곡

 

 

수갑을 풀어주었나

고문을 견딘 겨울 강에

 

동풍이 와서 쩍!

실금을 긋고 가네

 

천지에 터질 꽃 망태

해산 준비 해야겠다

 

 

담쟁이 2

 

 

손자국 발자국을 유리벽에 찍으면서

까마득한 빌딩 벽 로프 줄에 매달린다

가파른 수직 그래프를 덧칠하는 저 남자

 

 

한 뼘씩 움켜잡고 기어오르는 꼭대기

밀린 고지서까지 넝쿨 뻗어 다 지웠다

벽면을 치는 박수 소리

넘실대는 푸른 바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세상 모든 희망의 깃발을 펄럭이며

손닿을 듯 그곳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 거리에 피었습니다

 

너만을 쫒아가는 숨찬 술래가 되어

닿았다 싶었는데 저만큼 간 무지개

한순간 사라져 버린

마음 안의 신기루  

 

오아시스 찾아가는 눈앞에는 언제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사는 일 가슴 설레는 꽃이 만발 합니다

 

 

깔창

 

 

어쩌다 서먹하고

불편해진 우리 사이

 

안보고 살순 없지 

후한 마음 한 장 끼워  

 

겸상해 밥 한 번 먹고  

마음 편한 우리 단 짝  

 

 

건널목에서

 

 

마주 보는 거리에서

네가 먼저 건너오겠지

내 수고 아까워서 덧셈 뺄셈 했었다

아닌 체 말간 얼굴로

짐짓 손짓 하면서

   

아차 싶은 후회가 

찾아드는 저물녘 

무거운 적막이

마음 곳곳 후빌 때면 

뒤켠에 부푸는 물집

두고두고 아리다

 

 

질항아리 

 

 

가난했던 종갓집

층층시하 맏며느리

 

짜고 매운 고추장

가득 담은 가슴속

 

속울음 채우고 보니

곰팡이 꽃 슬었다

 

전봇대를 보며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제 자리만 지킨다

깡마른 사내가 사슬 같은 줄을 잡고

폭염에 땀을 흘리며

강추위에 몸을 떨며

 

가끔 눕고 싶은 일탈을 꿈꾸지만

일가족 편안한 스위치로 서 있다

골목 길 외등 밝히고

저녁밥상 등불 달고

 

사내는 알고 있다

쓰러지면 안 된다

핏줄이 끊어지면 정전이 될 깜깜한 세상  

밑동 다 삭은 아버지가

그렇게 서 계신다

 

 

 

새싹 돋았네

 

 

세상에나!

연하디 연한 

실낱 같은 목숨이

 

흙더미 태산을

번쩍 들어 올렸네

 

어쩌나

부끄러워서 

힘들다고 부린 투정 

 

 

 

 

무지개를 도는 술래

 

 

자전거를 타다가

굴렁쇠를 굴리다가

 

잠시 잠깐 쉬는 동안

보이다가

안 보이다가

 

나는 또 술래가 된다

무지개를 찾아서

 

김명선 프로필

 

강원도 원주시 출생으로 서울에서 살다가

2017년 풍경문학 등단을 거쳐

2022년 나래시조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왔습니다

몇 년 전에 낙향하여 지금은 충주시 주덕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메일 : myung48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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