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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 감동글

우체국에서

작성자고쿠락|작성시간23.08.14|조회수111 목록 댓글 0

우체국에서/김문억

 

 

 

네가 그리운 날은

날 밝은 대낮에도 벼락같이 비가 오고

비 오는 밤 깊어지면 달을 내다 걸었다

 

끊임없이 연일

큐피드 화살이 가시 울을 뚫고 꽂혀오면

뚫어진 가슴에서 선홍빛 꽃이 펑펑 피고 

청록 빛 산정에서 불이 활활 탄다

아프게 바싹 타버린 잿더미에서

연소된 그리움이 물안개로 자욱한 날 

산은 하루에도 몇 번씩 떠나가고 돌아오며

우리의 거리를 확인하고 있다

 

비 개면

맑은 얼굴 네가

더 가까이 오겠지

김문억 시조집<양성반응>중에서

 

첫 시집 내는 날이 참 좋았다.

책을 몇 번 발간 해 보았지만 처음으로 시집 발간을 할 때가 먼저 기억된다.

책을 만들어내는 일은 개인의 취향일 것 같다

어떤 이는 평생 시집을 한 권도 안 내는 사람도 있고

어떤 이는 평생 시집 한 권만 내 놓고도 각종 이권에 개입하거나 원로 행세를 하는 이도 있다

어떤 이는 시집을 엄청 많이 내는 사람도 있다

작품과 독자와의 관계 또는 개인적 문학에 대한 이해관계에서 오는 차이인 것 같다

나 같은 경우는 지면으로 미처 발표를 하지 못한 작품이 자꾸 쌓여 오는 바람에 작품 발표 차원에서

모아지는 만큼의 작품집을 만들어 보았다

시를 쓰다가 보면 창작을 하는 과정의 희열도 있지만 내 책을 만들어서 독자에게 보내기 위해

우체국으로 가는 날이 참으로 즐거운 날이 된다

내가 쓴 시를 갖고 책으로 만들어서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포장을 해서 우체국으로 간다는 사실은

작가로서는 가장 행복한 날이 된다

우체국 작품에 나오는 대화의 상대는 모두 내가 사랑하는 독자들이다

첫 시집을 만들 때부터 맘속으로 생각 한 것이 있다

인기도 없는 내 책이 팔려 나가지도 않겠지만 어느 경우든지 책값을 받고 내 보내지는 않겠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실행을 하고 있다. 그런 일을 계속 실행하다가 보니 시를 쓰고 책을 만들고 독자에게

시집을 우송하면서 살아간다는 일은 어찌 보면 나도 평생 동안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책을 우송하기 위해서 우체국에 나가는 날은 봉사하러 가는 날이다.

해외에 있는 독자도 많지만 우송료가 하나도 아깝지 않은 것을 보면 나도 문학에 미쳐서 살아 온 것은 맞는 것 같다

그렇게 폭풍처럼 시를 쓰다가 붓을 놓고 보니 태풍이 지난 하늘 같이 고요하고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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