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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 감동글

자식이 뮐까 ?

작성자신용극|작성시간23.09.28|조회수102 목록 댓글 0

자식이 뮐까 ?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해녀질로 물 숨 참으며

숨비소리 한번이

자식들의 연필이 되고

공책이 되어가며

참을 수 있었던 만큼의 행복은

간 곳 없이

"형…. 엄마가 암이래"

"지금, 이 상태론 수술도 힘들고

길어봐야 6개월이라며 집에 모셔서

맛있는 거나 많이 해드리라고

방금 의사가 말씀하고 가셨어요"

"그럼 간병은 누가하지?"

"난 간병 못 해요"

"저도 못 해요..

수빈이 학원 여섯 군데 따라 다니는

것만 해도 하루가 모자랄 판인데

간병할 시간이 어딨어요"

"그럼 요양병원으로 모시는 건 어때?"

"미쳤어 형!

요양병원에 매달 들어가는

돈은 어쩌고?

"어머니 집 있잖아요

그거 팔아서 하면 되겠네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별이라고 말해주던

내 아들들의 입에서 나온 말을

병실 안에서 듣고 있던 엄마의 두 뺨에

흘러내리고 있는 눈물이

강이 되어 흐르다 하얗게 밝아온

다음날

'"엄마가 사라졌어.."

"병원에서도 모른대"

자식 없는 엄마는 있어도

엄마 없는 자식은 없다 했건만

엄마라고 애 터지게 부르던

그때의 내 자식들이 맞는지 ..

때가 되어야 분명해지는 것들이

주는 앎속에서 회한의 눈물을

머금고 떠나간 엄마의 상처는

아랑곳없이 세상 이곳저곳을 찾아

다니던 두 아들은 어둠이 먹칠한

하늘을 따라 사라진 엄마의 흔적을

쫓다 결국 경찰에 실종신고를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5년 지나야 사망신고를 할 수 있대

그러려면 경찰에 실종 신고한 근거가 있어야 한대.."

"저도 알아봤는데 재산 상속을

받으려면 해놓는게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전단 같은 거 돌리는 것도

법적인 근거가 된대요"

"찾는 척이라도 해야지

주위 이목도 있는데..."

이런 자식들 키우느라 애터지게

내 목에 들어가는 물 한 모금

아껴가며 산 시간을 더듬어 보며

이름 모를 거리를 헤매다니고

있을 엄마의 슬픔은 타다만

종이 위 글자들처럼

까만 그을음으로 남겨지던

느 날

자식을 먼저 떠나 보내지 않으면

부모가 버려진다는

세상 떠도는 이야기를 밑천 삼아

전단지를 들고 지하철 근처에서

뿌려대는 시늉을 해대던

두 아들 내외는

"형 밥 먹고 하자"

"일단 네 형수하고 뿌리는 거

사진이나 찍어줘"

"아…. 힘들어

이 짓 죽어도 못하겠다."

"애들 학교에서 오면 배고플 텐데

도련님 그냥 업체에 맡기는 게

어때요?"

지나면 희미해질 이 순간을

가슴에 담아 놓고 싶지 않았던

두 아들 내외 앞에

엄마의 이름 없는 날들이

37일째 흐르다 멈춰 서던 날

고시텔에서 쓰레기를 버리러 나오는 비슷한 사람을

봤다는 제보를 듣고 달려간 두 아들은

"엄마.."

"어머니"

"누구세요?"

본인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엄마를

두고 마실 나간 바람을 따라 집으로 돌아온 두 아들은

소주잔을 사이에두고 앉았습니다

"형..

차라리 잘 된 거 아냐"

"......"

"엄마 치매로 요양병원 입원시키고

법원에 후견인 신청해 이집

처분하는 게 어때"?

"내 생각도 그렇긴 한데.."

"형도 어차피 사업자금이 더 필요하잖아"

"나도 애들 유학 보내달라는 성화에

하루하루가 지옥같아"

"도련님..

뭘 복잡하게 그렇게까지 해요

어차피 얼마 못 사실 텐데.."

이 슬픔이 슬픔으로

끝나지 않기를 기도하며

멀어져 갔을 엄마의 아픔보다

자신들의 살길이

먼저인 두 아들 내외의 귀에

(((((((딩동))))))

"누구세요?"

"천마 복지재단에서 나왔습니다 "

"무슨 일로 오셨는데요?

"어머니 되시는 김복녀 여사께서

한달 전 이 집을 우리 복지재단에

기부하셨습니다"

"네에?"

새벽불 밝히고 서 있는 가로등을

디딤돌 삼아 엄마가 머물렀던

쪽방촌으로 찾아온 두 아들은

흐르는 물에는 뿌리내릴 수 없는

나무가 되어 사라진 자리에 놓여

있는 손편지 위 열쇠를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미쳤군, 미쳤어..

그냥 조용히 죽지

왜 안 하는 짓을 하고 그래"

"엄마가 우릴 못 알아본 게 아니었어"

자식 사랑의 끝에서 다 타고

하얗게 재만 남은 것 같은

후회를 안고 멀어진 엄마가

선택한 건 행복이었다는 걸

모르는 두 아들은

"내가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

오거든그 열쇠 안에 있는 것과

함께 묻어다오"

죽음도

삶의 한 조각이라며

쪽지에 적힌 엄마의 마음보다

열쇠 하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던

두 아들은

삶의 무게를 쥐고 나간

엄마의 아픔을

가슴에 담아 놓기 싫은 듯

하얗게 밝아오는 새벽까지

술로 지워 내더니

"형...

엄마가 우리에게 남긴 유산이

들어있는 열쇠 아닐까?"

"맞아요….

설마 자식인데 아무것도 남겨주지 않으셨겠어요 "

"분명 땅문서나 유언장 그런게

든 열쇠 같아요"

어디가 내가 버려질 곳인지

보이는 곳마다 지뢰밭 같은 불안을

안고사는 노인들의 이야기가

눈물이 되어 바다로

흘러갔을 엄마 보다

그 열쇠가

지하철 물품 보관함 열쇠란 걸

더 먼저 알아낸 두 아들 내외는

"설마 어머니가 자식들하고 손자들

한테 십 원도 안 남기고 다 줄리

없잖아" 라며

열어본 사물함에는

자신들이 돌리던 전단지 한 장이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습니다

"내 아들들이 날 찾고 있구나.."

내 아들들이 찾고 있는 그 모습이

이승에서 느끼는

엄마의 마지막 행복이었다며

빨간노을에 멍든 계절이 지는

어느 이름 없는 가을날을 따라

세상을 떠나가고 있었습니다

자식 사랑은

바람에 그린 그림이라는 ....

좋는글(노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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