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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 감동글

울음 울러 갑시다

작성자고쿠락|작성시간23.10.20|조회수82 목록 댓글 0

울음 울러 갑시다/김문억

 

 

 

사람이 다만 七情 중에서 슬플 때에만 우는 줄로 알고 칠정 모두가 울 수 있음을 모르는 모양이오,

기쁨이 사무치면 울게 되고 노여움이 사무치면 울게 되고 즐거움이 사무치면 울게 되고 사랑이 사무치면 울게 되고욕심이 사무치면 울게 되는 것이다.

불평과 억울함을 풀어버림에는 소리보다 더 빠름이 없고울음이란 천지간에 있어서 우레와도 같은 것이다至情이 우러나오는 곳에는 이것이 저절로 이치에 맞을진대 울음이 웃음과 무엇이 다르리요.

열하일기<도강록>에 나오는 글로 널리 알려져 있는 好哭場 이야기다

참 좋은 울음 터로다가히 한번 울만하구나.’

12백리에 걸쳐 한 점 산도 없이 펼쳐진 요동 벌을 보고 연암이 이른 말이다 광활하게 펼쳐진 벌 앞에 서서 사뭇 벅차오르는 감동을 주체하지 못 했나 보다시대를 앞서가는 돈키호테의 기질이 있던 연암이 일탈하는 탄성에 주목이 된다.

천고의 영웅이나 미인이 눈물이 많다 하나 그들은 몇 줄 소리 없는 눈물만을 흘렸을 뿐 소리가 천지에 가득 차서 金石으로부터 나오는 듯한 울음은 울지 못했다

  이에울음의 미학에 동감하여 우리도 한 번 울음 울러 가 보자 의기투합하여 마침 하루 일정이면 육신이 홀쭉해 질만치 실컷 울음 울 수 있는 곳이 마련되었으니 뜻이 있는 사람은 동참 하기바랍니다

 

 

산은 산으로 가고

바다는 바다로 가고

 

하늘 땅 맞닿은 먼 지평을 돌아

 

하루치 품삯을 챙겨

풍물을 치며 돌아오네.

-김문억의 호남평야전문

 

호남평야는 우리나라 최대의 곡창지대로 전라북도의 서반부 만경강(萬頃江), 동진강(東津江유역에 펼쳐져있다어느 해 겨울 그 곳을 지나다가 끝없이 펼쳐진 겨울평야를 바라보면서 뜨거운 것이 울컥 가슴 저 아래에서 치솟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그 순간 연암선생의 호곡 장 생각이 겹쳐왔다.

평야는 오직 하늘땅이 맞닿은 농토일 뿐이다 산은 산으로 가고 바다는 바다로 가고 없다문명이 발달하지 못 하고 상공업이 낙후되었던 농경사회에서는 호남평야에서 나오는 쌀로 목숨을 연명하면서 나라가 발전했다땅마지기를 팔아서 자식들을 공부 시키고 농민들은 허리가 휘도록 일을 했다노동 따로 휴식 따로 개념이 없이 그냥 들에서 일을 하는 것이 숙명이었다그러나 나라가 발전하고 소득이 늘어났지만 호남평야에서 사는 농민들은 그 때나 지금이나 곤고한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U R이다 IMF다 하고 쌀 수입이 늘어나고 쌀 소비가 줄어들면서 농민들의 생활은 더욱 더 피폐 해지고 있다 그래도 그 땅에서 살아가야 하는 농민들은 농토를 떠나서 터 잡을 곳이 없다 오늘도 하늘 땅 맞닿은 까마득한 지평을 돌아 나와야만 생활유지가 된다 생명의 터전이다

숙명적으로 다가온 자신의 삶에 대하여 풍물을 치며 잠들어 있는 혼을 깨우고 끈질긴 희망을 놓지 않았다그네는 그런 신명을 갖고 살았다 農者天下之大本은 일종의 의식 같은 것이었다종장의 이유가 거기에 있다활활 타오르는 노을을 등지고 마을로 돌아오면서 풍물을 치던 농촌 풍경이 새삼 떠오른다여기서 이야기 하는 하루치 품삯은 시쳇말대로 일당 임금이 아니라 하늘로부터 받아 내려 온 하루라는 시간의 소중한 값어치를 말하고자 한다그만큼 농민들은 건강한 자연이었고 그야말로 一當百이었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진 이 시대엔 오히려 연암시대 보다 더 많이 눈물을 흘려야 할 일들이 밀려온다변천하는 시대에 맞춰서 울어야 할 까닭이 더 많은 때다.

 

---각설하고.  

 

 아침 밥 잘 잡수시고 숟가락 놓고 앉아서 생각에 잠겼을 때 오늘은 어디 갈 곳도 없거니와 할 일도 없고 하루 시간이 공중에 부웅 떠서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일이 잘 하고 있는 건지 잘 못하고 있는 건지 심각한 고뇌에 빠져 판단이 잘 안가고 혼자서도 실실 웃음이 삐어져 나오는 증세가 최근 들어 점점 심해지고 있는 퇴직자.

 

무심한 표정으로 길을 걷다가 동네 가이처럼 가던 길 멈춰 서서 먼 산을 바라보다가 고개 수굿하고 다시 걷는 일을 반복하고 있는 밥 줄 끊어진 실직자.

 

혹은 복권 당첨은 아니지만 이에 버금갈 만치 즐거운 일이 생겼지만 누구에게 함부로 털어 놓았다가는 찾아온 횡재가 무참하게 깨질 수도 있다든가 혼자서 끌어안고 참기에는 푼수 없이 자꾸만 저절로 입이 찢어질 것만 같아 공업용 미싱으로 박아야만 할 것 같은 증세로 시달리는 사람비유하자면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려서 대 숲에 들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고 외쳤던 그 쪼다 같은 영감과 비슷한 증세의 아주머니나 애늙은이 할매

 

혹은 긴긴 겨울 동안 작품은 생각대로 잘 안 써지고 머리만 복잡하여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책상머리에 편히 앉아 시 한 편 제대로 써 보지 못하고 뭐 마려운 뭐처럼 방 안에서도 맴돌이를 하는 증세가 있는 쉬인여기서 쉬인이라 함은 나이가 쉰 살이 훌쩍 넘은데다가 나오는 작품마다 싱싱도가 떨어져서 쉰내가 나므로 해서 작품은 쓰지 못하고 쉬고 있는 시인을 말함이다

 

창궐하는 전염병 코로나로 외출은 하지 못 하고 동네를 배회하거나 방안에 드러누워서 천장에 그림이나 그리면서 우울증이 생기려고 하는 가슴 두근거리는 사람

 

위 사항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이라도 바람결에 쓰러지고 있는 백발 영감 억새를 보며 눈시울을 적실 수 있는 감성을 가지고 있는 보통의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환영 합니다.

 

고로전라도 땅으로 겨울여행 가자는 얘기지요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하면 개운 하듯이 실컷 울고 나면 눈물로 샤워를 하는 격이어서 속이 씨원하고 기분풀이가 되어서 건강에도 일조를 합니다요내가 아는 사람 중에 울음을 필요로 하는 사람의  많은 신청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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