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향기 ♡ 감동글

속보

작성자고쿠락|작성시간23.10.29|조회수161 목록 댓글 0

속보/김문억 

 

 

나 오을 밥 먹었음 

물 말아서 떠내려 보냈음 

새벽차를 타러 가다가 춥다고 생각했음 

추웠음 

몹시 흔들렸음 

출근 도장 찍었음 

 

나 오늘 놀았음 

일 없어서 놀았음 

사람마다 통화 못했음 

공사판에서 불 쬐었음 

오관이 잘 떨어졌음 

하루종일 무사했음 

 

2

술 한 잔 하고 

시 한 줄 쓰고 

시 한 줄 쓰고 

술 한 잔 하고 

그냥 웃다가 

시무룩하다가 

시무룩하다가 또 웃다가 

누어서 잠을 붙잡다가 

그냥 요대로 염을 하다가 

 

내가 우는 울음 소리에 

잠은 달싹 깨지고 

술 한 잔 하고 

시 한 줄 쓰고 

웃다가 또 시무룩하다가 

사람을 찾아 나섰다 

텅빈 서울 

떠 있는 섬 

 

3

양치질을 하다가 

썩은 것을 파내다가 

구역질을 하다가 

 

토하고 토하다가 내장까지 다 토해내서 간은 간대로 콩팥은 콩팥대로 창자는 창자대로 막소금으로 문지르고 세제로 막 치대고 맑은 물에 몇 번 씩 헹구고 털어내고 통풍으로 잘 말려서 차근차근 집어넣고 

 

조선식 목침을 베고 

명심보감이나 읽어볼까. 

김문억 시집<나 오늘 밥 먹었음1998선우미디어>중에서 

 

긴박하고 불안정한 한 시대를 살았다

믿음이 없다가 보니 약속이 안 되고  나 스스로가 불안하여 속보를 연발했다 

冊題로 삼은 '나 오늘 밥 먹었음' 은 이 작품 문장에서 발췌한 것이다 

]

 

나 오늘 밥 먹었음 

물 말아서 떠내려 보냈음 

 

하루를 살아간다는 일이 심각하던 시절이었다. 먹었으면 뱉어야 하고 입을 입마개로 틀어막는 탄압이 자행되고 있었다

자조하고 자학할 수밖에 없는 군사문화 속에서 글을 쓴다는 일은 별로 재미가 없었다. 

어는 날 직장에서 나를 불러 놓고 싶은 말이 있어도 좀 참으라는 주의가 들어왔다 

직장에도 국보위 라고 하는 이름으로 불만 있는 자들을 색출해서 보고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한다 

그 시절이 삼청교욱대를 운영하던 때다. 

직접적인 토론의 기회는 없었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계속 이렇게 시조 한 편으로 표출할 수 있었다. 

간접적으로라도 표현 할 수 있는 시조가 있어서 좋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