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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 감동글

남편의 국화꽃

작성자신용극|작성시간23.11.07|조회수176 목록 댓글 1

남편의 국화꽃

퇴근길에 남편이

불쑥 노란 국화다발을 내밀었습니다.

"웬 꽃이래? 생일도 아닌데."

"당신한테 주는 가을 편지야."

남편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나는 가슴이 콩닥거렸습니다.

아무 이름도 붙지 않은 날

꽃을 선물한 건

난생 처음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꽃병에 꽃을 꽂아두자

남편도 흐뭇해했습니다.

"그렇게 좋아?

이거 단돈 천 원으로

아내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걸 몰랐는걸?"

다음 날 퇴근길에 남편은

또 꽃을 내밀었습니다.

문제는 그 후에 생겼습니다.

다음 날도, 그 다음날도

퇴근하는 남편의 손엔

국화다발이 들려 있었습니다.

집안이 온통 꽃밭으로 변했고

꽃을 둘 마땅한 장소를 찾는데

점점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됐습니다.

물병에 담아 신발장에

국화꽃을 올려 놓기도 했지만

이젠 온집이 국화꽃 천지였습니다.

"어우, 이젠 사양해.

꽃이 너무 많으니까 둘 데도 없잖아요".

혹시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기분에 취해서 꽃을 사거나

아님 꽃집 아가씨가 마음에 들어

매일 들르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생길 정도였습니다.

오늘도 꽃을 사 오면 꼭 따져봐야지 하고

잔뜩 벼르던 날 남편은

다행히 꽃을 들고 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주머니에서

핀을 꺼내는 것이었습니다.

"자, 이거."

세상에!

꽃 대신 속옷에 넣는 고무줄과 옷핀 좀약을

잔뜩 사들고 들어온 것이었습니다.

나는 어이가 없어 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도 다음 날도 남편의 그 이상한

사들이기는 계속됐습니다.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물었습니다.

"대체 왜 그래요 당신.

왜 자꾸 이런 걸 사 날라?"

잠시 머뭇거리던 남편이 머리를 긁적이며

자초지종을 털어놓았습니다.

"그게 말야."

얼마 전부터 회사 앞 골목에 웬 할머니가

어린 손녀를 데리고 나와 장사를

시작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엔 국화꽃을 팔더니 사흘 전부턴

목판에 고무줄 옷핀 같은 걸

늘어놓고 판다고 했습니다.

"너무 딱해소 그냥 지나칠 수가 없더라구."

나는 말없이 남편의 손을 잡아 주었습니다.

거칠고 주름져가지만 아직 따뜻한 손.

"미안해,

당신은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애쓰는데"

"아니야 여보.

그 할머니가 장사를 하는 동안은

매일 하나씩 사 와."

"그러다 집안에 고물상 차리게?허허."

남편의 그 말에 나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다 쓰자구요.

옷핀도 고무줄도 다 쓸 때까지 쓰다가

다 못쓰면 그땐 팔자구요.

그럼 당신같이 맘씨 고운 사람이

또 사줄 거 아니냐구요."

- 김혜은 옮김 (행복한 동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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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사는 것...

이래서 살맛이 납니다.^^

혹시 이웃에도 이런분 안계시나요?

- 이웃은 이렇게 나누라고 있는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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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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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김유성 | 작성시간 23.11.08 부창부수네유
    부부는 그렇게 뭔가가 통해야 한다는디
    아직은 살아 볼만한 세상이 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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