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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 감동글

오백일의 우크라이나/이숙경

작성자고쿠락|작성시간23.11.20|조회수108 목록 댓글 1

오백일의 우크라이나/이숙경

 

 

일그러진 눈썹에 도사린 짙은 공포

솜털을 흠뻑 적신 눈물자국 타고 올라

소년의 눈동자에 담긴 참화를 들춰 보네

 

기습 공습 판치는 아슬한 포연의 땅

터질 듯 미어질 듯 달아오른 두 볼

저들을 꿰뚫는 눈빛 핏발 서 이글거리네.

 

잃어버린 안경 대신 겹겹이 싸인 불안

살아서 살아남아서 내일을 보고 싶어

느껍게 밀려오는 기도 명치께 묻어두네

 

 

물밥 한 상

 

 

그 속 들여다본다 부려먹기 바빴던 몸

핏대 올려 산 만큼 혈압은 높아지고

맘 졸여 웅크린 만큼 구곡간장 다 녹은

 

무심한 살결에 묻혀 뼈대가 삭는 동안

한 올 머리카락조차 쥘 수 없이 바닥난 힘

맹물에 말아놓은 밥 사레들려 우는 한 끼

-2023 전라시조 제2호에서

 

작품의 질감이 어찌 평가되기 이 전에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화를 시조문학에서 다루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높이 평가 되어야 한다자칫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쉬운 주변 이야기만 쓰다가는 시조문학의 확대성에 역행하는 일이 된다밖으로 눈을 잠시 돌려서 보면 세상 곳곳에는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일들이 날마다 일어나고 있다.

시대의 이야기를 외면한다면 직무유기다.

문득 노벨문학상 이야기가 생각이 나서 몇 줄 옮겨 보기로 한다

 

 

노벨문학상의 대중적 관점

 

 

스웨덴의 한림원 사무실을 들여다보면 노벨이 상을 제정하면서 상을 수상해야 하는 까닭으로 제시된 조건이 있다인류문명에 크게 공헌을 한 사람이다그 중에서 노벨상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문학상은 작품의 전문성과 확대 성을 심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작가 전체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특별한 작품에 대한 것도 있다.

대중 적이라는 이름으로 했던 한국시 이야기를 하고 보니 문득 노벨문학상 이야기가 생각난다또한 노벨문학상은 구태여 전문적으로 소설이나 시 같은 글을 쓰지 않았더라도 수상을 한 경우가 있다

앙리 베르그송(1927), 버트런드 러셀(1950), 윈스턴 처칠(1953) 같은 경우다.‘문학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한다면 이상한 일이겠지만 Literature이라는 단어가 갖는 폭넓은 쓰임새를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이로 인해 베르그송과 처칠 같은 철학가정치가들이 그들의 유려한 문체와 사상으로써 이 상을 수여받는 일이 가능했던 것이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일로 2015년 수상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와 2016년 밥 딜런이 있다알다시피 알렉시예비치는 문인이라기보다는 언론기자다국립 학교 언론학과를 졸업하고 여러 지역 신문사와 문학예술잡지 기자로 일했다그 후 제2차 세계대전소련-아프간 전쟁소련 붕괴체르노빌 사고 등 극적인 사건을 겪은 목격자들과의 인터뷰를 끈질기게 기술했다. 10년 넘게 집필한 체르노빌의 목소리는 1997년 처음 출간되었고 2006년 미국 비평과 협회상을 받으면서 세상에 더욱 알려지게 되었다.

2015년 스웨덴 한림원은 알렉시예비치의 다층적 작품은 우리 시대의 고통과 용기를 동시에 보여주는 기념비적이다"하여노벨문학상 선정 이유를 밝혔다사뭇 대중적인 일이기도 하다.

2016년 수상자 밥 딜런 역시 본격적인 시인 이라기보다는 대중가수로 유명하다어려서부터 시를 썼지만 사회적 저항 운동계의 상징적인 음악가로 더 많이 알려졌다. 1988년에는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으며 그가 지은 가사의 시적인 면모는 대중음악의 가사를 문학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대중음악 장르로 치부된 포크를 현대 예술 장르로 탈바꿈시킨 역사적인 인물로 평가되기도 한다밥 딜런은 "위대한 미국 음악 전통 안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작했다"는 평가로 201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처음에는 어찌 딜런 같은 음악가가 문학상을 받는가 하는 의구심이 생겼지만 노벨의 뜻과 부합된다는 생각에서 수긍이 갔다.

본격문학을 하지 않으면서도 노벨문학상을 수여하게 된 두 사람의 업적을 역시 대중적이라는 폭 넓은 문화 창달에 두고 있다인류문명에 크게 공헌 했다는 이유다.

2009년 수상자 헤르타 뮐러는 루마니아 출신의 독일 여성 작가로 니콜라에 차우세쿠 독재정권 아래에서 고통 받은 이들의 상처를 작품에 담아왔다. ‘응축된 시정과 산문의 진솔함으로 소외층의 풍경을 묘사했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그런가 하면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는 스웨덴 서정시를 대표하는 국민 시인으로 특히 스칸디나비아 특유의 자연환경에 대한 깊은 성찰과 명상을 통해 삶의 본질을 통찰하며 서구 현대시의 새 길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자국의 토속적 환경에 대한 작품으로서의 평가를 받고 있다맞다 그래 우리에겐 시조가 있다.

_김문억의 노벨문학상은 시조에서 먼저 나올 수 있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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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무심천~~ | 작성시간 23.11.20 좋은 자리에 머물면서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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