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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은 지금 춥지만 심심풀이 사설입니다
와해瓦解/김문억
얘기는 길어져도 밭고랑은 줄지 않네
건싱이 아부지 죽은거 알어유?
아 그 장승 같던 양반이 글쎄 울화병이 도져 가지고
자식 없는 사람들 간다는 양로원인가 뭔 가서 목 매 달어 죽었대유 글쎄
제깐 놈이 두엄 내 맡고 똥장군이나 질 일이지
서울이 어떤댄데 함부로 설치냐말여 설치길
눈 깜짝하기도 전에 코 베어가는 곳이 서울이라는데
지게 작대기 때려 부낀지 일 년도 안돼서 즈 아부지 죽인 놈여 그 놈이
고요한 고향 땅에 내려 와서는 지가
꽁무니에 귀뚜래미 만한 년 하나 차고 와서는 지가
요란한 젖통 흔들어대며 오토바이를 방방 거리고는 지가
벌 쏘인 강아지마냥 고샅으로 싸 다니면서 생 지랄을 하더니만 지가
산신제 송장 메뚜기 뛰어들 듯 아무데나 첨벙거리며 해잘거리더니만 지가
병아리 발다닥도 빌려 쓸 참인데, 바뿐 농번기에 와서는 지가
무당 년 궁둥이 하나 빗겨 앉을 자리 없이 비좁은 산골에 와서는 지가
봉변이 챙피해서 내가 꿀꺽 소리 한 번 못 하고 모른 척 했다만 지가
아. 가래 장부는 귀신도 모른다고 우찌된 영문인지 그 놈만 왔다 가면
동네 지집 한 두 년은 혼맹이 빠져 가지고 먼산 바래기만 하고 있으니
아마 그 놈한테 즈 아부지 첩 죽은 귀신이 붙은개벼
어허 거 또 잔소리, 오뉴월에 싸락눈 퍼 붓지 말고 어여 빨리 풀이나 뽑어.
풀 뽑으면 뭐혀 그 놈만 왔다 가면 콩밭이 온통 멧돼지 빠댄 갈밭인디
돈자랑 지집 자랑에 맹물 마시고도 갈비 트림 하는 놈이 왜 콩밭에서 지랄이여
보금자리 빼앗긴 주제에 노고지리는 또 뭐가 그리 신명이 나서
떴다 내렸다 봤다 벗었다 하고 씻나락을 까는고.
아이고 나 오래 살다 보니 억이 막혀
아 늙은이들 호강 시켜 준다고 지가
찰떡 같은 다랭이 논 다 팔아설랑은 지가
식구들 서울로 다 끄대 올리고는 지가
호테루에서 뻑쩍지근하게 그 년허구 식을 올렸다더니만 지가
신혼 여행 첫 날 밤에 고 년이 오뉴월 마파람에 돼지 꼬리 살랑대듯
아장거리는 바람에 지가
大事 치를라고 목욕탕에 가서 사타구니 씻고 나오니께 아 요 년이 바람과 같이 사라졌다지 뭐여.
오살 것
쫘악 한 번 퍼 붓든지
끈적거려 못 살것네.
-김문억 시조집<문틈으로 비친 오후.1985>중에서
이 사설은 90%는 실화입니다 1960년대만 해도 이런 촌놈들이 지게작대기를 때려 부수어 소나무에 매달아 놓고 일로일로 서울로 향했던 사람 중에 더러는 성공?을 하고 더러는 실패를 해서 다시 귀향 하는 일을 반복했지요. 그 시절에 유행했던 노래가 바로 ‘서울 가면 운이 터서 금송아지 생기는지 저 마다 모여드는 종착의 서울역’ 이런 것이었지요
나도 그 무렵에 까막고무신 신고 머리통엔 도장부스럼 그리고 어무이 따라 왔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