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향기 ♡ 감동글

다시 읽고 싶은 시조1/최중태의 河口

작성자고쿠락|작성시간24.02.04|조회수101 목록 댓글 0

河口/ 최  중  태

 

그 아뜩한 수렁 같은 관능의 삼각주를

끝없이 벗겨내는 물살의 음흉한 손길

떨쳐도 떨쳐버리기엔 너무나 감미로워

 

한 입 베문 레몬처럼 껍질로만 남은 달은

외설스런 물살 위로 어지러이 요분질치고

강물도 자위의 절정에 진저리쳐 눕는다

 

밤마다 섬을 유린하는 그 숱한 무리들의 철새

갈대는 바람따라 염문을 휘날리고

슬픔도 켜켜이 쌓이는 아, 여기 청계천의 끝

 

 

 

河口 : 사전적 해석으로는 바다로 들어가는 강 어귀다. 하구는 그렇게 모든 애환을 끌고 내려온 가장 낮은 곳으로 덧 쌓이는 곳이다. 그런데 그 낮은 곳은 그냥 낮은 곳이 아니다 그것은 아뜩한 수렁 같은 관능의 삼각주라고 했다 물론 몸 파는 여자를 지칭한 것이다. 성에 사로잡힌 뭇 사내의 손길을 끝없이 벗겨내는 물살이라고 했다, 떨쳐버리고 싶어도 성욕을 참지 못하고 파도치는 하구의 소용돌이를 탓하고 있다

 

“ 한 입 베문 레몬처럼 껍질로만 남은 달은”

여기에서 달 역시 몸파는 여자를 말함은 물론이다. 작품 속의 달은 힘 없는 여자다.  가만이 두고 바라만 보아도 우는 둣 웃는 듯 이 애잔하기 짝이없고 암만봐도 어여쁘고 정만가는 이쁜달은 뜯어봐도 미운 곳이 없는 영원한 사랑의 대상이다  흠나고 금갈세라 유리상자 속에나 넣어놓고 바라보아야할 어여뿐 여자를 이 놈 저 놈이 베어먹고 달콤한 물 짝짝 빨아먹고(야 ! 내가 왜 이런 표현까지 쓸까) 아 껍질로만 남은 하구의 슬픈 찌그러진 달, 어찌 이런 표현으로 나를 환장케 하느냐,  하월곡아, 성욕에 요분질 치며 결국은 기진해서 쓰러지는 저 하구의 탕류에 쓸려가는 군상들,  이쯤 읽고 나면 비릿한 갯 내음에 살 내음까지 코 끝으로 찔려온다,

  밤마다 유린하는 섬은 외로운 여인이다. 섬은 외롭다 관능의 밤 물결이 유린하고 할퀴면서 짓밟고 있다 그 것은 붙박이로 위로하는 따뜻한 사랑이 아니다, 하룻밤 풋사랑에 달빛만 일그러지는 철새들의 먹이다.  갈대 역시 끈질기게 살아가는 목숨을 말하고 있다. 부는 바람따라 어쩔 수 없이 눕는 시늉이라도 해야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갈대다. 모질게 살아 가는 목숨이 갈대다. 부는 바람을 온몸으로 받으며 휘어지면 일어서고 꺾어지면 다시 허리를 펴는 갈대는 수렁 같이 버림받은 늪지에서 뿌리박은 민초들이다. 무리지어 기대면서 살고 있다.

“ 슬픔도 켜켜이 쌓이는 아, 여기 청계천의 끝.”

이쁘다. 시가

이쁘다, 슬픔이

청계천은 무엇이냐, 청계천은 서울의 하수가 다 모아져서 흘러가는 아랫도리다 지은이는 마지막에 청계천을 도입하여 슬픔도 켜켜이 쌓이는 이라고 했다. 켜켜이 쌓인다는 것은 하구하고 맞아 떨어지는 이미지라고 햐겠다. 모든 것이 흘러가는 것이 하구다. 하지만 일그러진 달빛의 슬픔만큼은 흐를 수가 없어서 차마 그냥 흘러 가기에는 목구멍이 너무 아파와서 그 슬픔의 퇴적물이 쌓일 수 밖에 없는 청계천의 끝. –하고 마침표를 찍었구나. 그대의 마침표대로 일그러진달빛도 모두 마침표를 찍었으면 좋으련만 그네들은 어제 죽음으로 비참한 마침표를 찍고말았구나.

 

흔한 말로 비유만 잘 해도 절반은 성공이란 말이 있다

글 쓰기란 결국 빗댐의 엮음 체다. 쉽게 다룰 수 없는 글 감을 가지고 만만치 않은 주제를 다루고 있는 하월곡님의 원숙한 글 솜씨가 물이 올라 있다. 이렇게 좋은 글 한 편을 만나고 나면 행복하다

 

뜻하지 않은 화마가 미아리 텍사스 촌을 휩쓸고 갔다. 소외 당하고 고통 받는 그네들을 향하여 어찌하여 불길이 죽음의 보자기를 씌웠을까

 

시를 쓸 때는 끝까지 긴장감을 풀지 말고 냉철하게 써야 한다, 자기 감정에  충실하되 이성도 추스려야 하고 느낌만 따라가다 보면 인식을 놓치게 되는 법이다. 보이는 것 보다 안 보이는 것을 더 써야 하기 때문에 설명 보다는 생각을 많이 쓰는 것이 모든 글의 기본이다 그런 인식이 부족할 때 시는 재미를 잃고 주제를 놓친다 그러함에도

하월곡 님도 여기쯤 와서는 얼마나 마음으로 허기지고 숨이 찼던지, “ 아,” 라고 하는 감탄과 함께 쉼표를 찍을 수 밖에 없었다.

  구태여  시조를 쓰는 맛은 이렇듯 시조 본래의 생략과 응축이 주는 고도의 상징에서 느낄 수 있는 시적 효과 때문이리라   

          

추신: 하월곡下月谷은 최중태 시인의 아호다. 그가 살고있는 지명 이름도下月谷洞으로 북한산에서 발원하여 내려 정릉천이 흐르고 있는데 미아리 하월곡동을 거쳐 마장동 청계천으로 흘러드는 지류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