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지 않고 보낸 날은 실패한 날
혼자서 등산하는 재미가 있다.
주말에 김밥과 소주 2병을 배낭에 넣고 산에 갔다.
정상에서 '얏호!' 한 번 하고 내려오다
점심때에 바람에 나부끼는 초록빛 억새 풀을 바라보며
점심을 먹으려고 명당자리를 찾았다.
괜찮은 자리를 발견하고 가까이 가보니 나와 같이 혼자
온 중년 남자가 벌써 혀 꼬부라진 소리로 나를 부른다.
“형씨, 같이 한잔합시다!”
거절할 수 없어 마주 앉아 한 잔 받아 마셨지만,
주정뱅이랑 산에서 술을 많이 마시면 안 될 것
같아 얼른 벗어나려는데 자꾸 말을 걸어온다.
“우리 통성명이나 합시다.
난 탁주郡 약주面 소주里에 사는 酒태백입니다.
형씨는 어디서 오셧소?”
'내가 질소냐.' 하는 마음으로 대답하였다.
“난 이별道 서럽郡 떠나面 못만나里에 사는 李삿갓이라 하오.”
그러면서 얼른 그 자리를 피해서 내려오는데
어떤 이쁘장한 아지매가 혼자 앉아 밥을 먹고 있다.
나는 생각이 달라져 슬그머니 그 옆으로 가서
수작을 걸어보니 이 아지매 갱상도 출신이고
나보다 한술 더 뜨는 보통내기가 아니다.
처음에는 혼자서 등산 다닐 때의 장점 같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밥도 같이 먹고,
반주로 소주 두 병을 나누어 마시고 술기운이
돌자 대화가 음담패설로 흐르기 시작하였다.
“아지배(아저씨)는 어디서 왔능교?”
아까 그 남자를 흉내 내서 이렇게 대꾸하였다.
“지는요, 거시기道 크郡 넣으面 뿅가里에서 왔심더.
아지매는 어데서 왔능교?”
이 아지매가 술 탓인지 한술 더 뜬다.
“지는 예~거시기郡 넣으面 물나里에 삽니더.
그란데 아지배 이름은 뭔기요?”
'점입가경이다.'고 느끼며 대답하였다.
“잘 조진다고 '조질래'입니더.
아지매 이름은 뭔기요?”
아지매가 웃으면서 대답하였다.
“막 준다고 '막줄래'입니더. 호호호”
= 좋은 글 중에서 =
◎ 멋지게 사는 10가지 비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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