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으로 가는 길은 어디서라도 멀지 않다 ♣
눈길을 걸으면서도 뒤에 남는
발자국까지 걱정하지 말라.
사실 그냥 당신 갈 길만 유유히
바르게 가기만 하면 될 일이다.
따를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판단은 뒷사람의 몫이다.
설사 앞사람의 발자국을 똑같이 그대로
따라 간다고 할지라도 그건 같은 길이 아니라
뒷사람이 새로 가는 길일뿐이다.
‘해야 할 일’은 알겠는데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일’ 은 도대체 뭐였지?
괜히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나누는 순간 그것이 불행의 시작은 아닐까?
산다는 것은 결국 드러냄과 감춤의 반복이다.
출근이 드러냄이라면 퇴근은 감춤이다.
화장이 노출을 위한 것이라면
민낯은 은둔을 위한 것이다.
퇴근 후 제대로 은둔해야
이튿날 자기역량을 마음껏 노출시킬 수 있다.
도시적 일상이 노출이라면 주말을 이용한
잠깐의 템플스테이는 재충전을 위한
은둔이라 할 수 있다.
연휴와 휴가도 마찬가지다.
우리들의 현실은 제대로 된 노출을 위해
어떤 형태로건 은둔을 위한 나름의 처방책을
가져야 할 만큼 복잡다단한 시대에 살고 있다.
어쨌거나 노출로 인한 피로와 허물은
은둔을 통해 치유하고, 은둔의 충전은
다시 노출을 통해 확대 재생산하는
선순환 구조를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
이 세상 전체가 80년 평생을 머물러야 하는
거대한 총림이요 또 수도원이다.
서로 의지하며 또 참지 않고서는
함께 살 수 없는 땅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살기 위해선 붙박이건 떠돌이건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는
삶의 자세가 필요했다.
-<원철 스님 `집으로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