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향기 ♡ 글방

수절과부 이야기

작성자이칠|작성시간24.05.25|조회수133 목록 댓글 0

군대 이야기를 쓸라고 하니 40여 년 전의 그때 그 시절이 마치 주산지의 물안개처럼 아리 삼삼하이 피어난다.

물도 설고 낮도 설은 땅 경기도의 어느 전방사단에 배속이 되고나니 졸병생활이 외롭고 서글퍼서 나는기 고향생각 뿐인디...

그 사흘이 멀다 하고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안후편지를 쓰는게 유일한 낙이다.

 

그란데 다른 군발이들은 언제 애인들을 만들었는지 주말이면 연인들이 위병소를 들락날락 하며 그기 근무하는 장병들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한다.

 

연애라고는 해본 역사가 없는 나는 조선시대 선비 흉내나 내며 살아왔다.

 

군대 짬밥 그릇수가 늘어나며 어느덧 고참 반열에 서게 되고 주말이면 갈 곳도 딱히 없으면서 폼잡는다고 아니 남에게 기죽기 싫어 외출증 끊어 갖고 부대주변의 사람사는 세상 구경 한번 하고 돌아오는게 전부였는데... 괜히 연인들의 이야기에 신경줄이 민감해져 있었다.

 

내가 근무했던 사령부의 울타리 밖에는 청상이 되어 홀로 술장사를 하며 살아가는 여인이 있었는데...

이 술집이 부대에 근무하는 군발이들의 도꾸이집이요, 아지트였다.

군발이들은 이 여인을 생과부라고 불렀다.

 

나도 이 부대에 전입하고 난 후 부대원 몇 명과 함께 이 주막에 들려 주인 아줌씨하고 한잔 술을 나눈 적이 있었다.

처음 가 본 술집이라 혼자된 몸인 줄을 모르고 말을 걸었는데...

남편은 읍어요. 혼자 된지가 제법 되었어요.” 하며 고개를 돌리는 데 그 쓸쓸한 모습이 내 마음의 창에 살째기 들어와 보이는 것이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하였다.

 

젊은 여인이 반반하게 생겨 애교를 부리기도 하니 눈독을 들이는 군발이들이 한 두 사람이 아니었다.

 

어느 날 이 여인과 정분이 났다고 소문이 난 중사 하나가 생과부집을 찾았다.

 

이 중사는 나하고도 친분이 있었는데 부대에서는 안다이중사로 통하는 인물이다.

야그를 시작하면 구수한 입담이 듣는 사람을 완전 빠져 들게 하여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그는 약간의 구라를 약념삼아 야그를 하는 데 특징은 보지도 않은 사실을 자기가 따라다니며 옆에서 본 것처럼 말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재미가 있으니까 시간이 날때마다 그가 근무하는 사령부 정문 위병소를 찾곤 했다.

 

그가 존경한다는 한신 장군 야그를 할 때는 목소리를 착 깔며,

 

육군참모총장이 부대를 방문한다 카몬 사단장들이 너긋헌기라, 그란데 1군사령관 한신이 온다카몬 사단장 이하 참모들이 완전 초상집 분위기가 되야뿌리는 기라.

그도 그럴 것이 산천초목도 떤다는 한신 장군이니 사단장인들 오이 안 떨고 베기건노.

 

하루는 육사를 졸업한지 얼마되지 않은 육군 중위 한 넘이 한신 장군의 부대에 전입을 했는데 전입신고를 할려고 사령부에 들어오고 있었다.

마침 그때 한신장군이 예하부대 순시를 마치고 오다가 신촐래기 장교를 보게 된기라.

그 육군 중위도 한신 장군에 대한 야그를 듣고는 왔는데,

막상 길에서 부딪히고 보니 바짝 긴장이 되고 엉겁결에 짚차안에 타고 있는 한신 장군을 향해 거수경례를 깍듯이 했다.

그때 한신 장군이 지휘봉을 들어 장교를 가리키며

그기 가는 장교, 높은포복 준비.” 하는 기라.

 

그 장교가 올매나 놀랫겟노.

명령이니 어짤기고 높은 포복을 하고나니

포복 앞으로.”하는 명령이 떨어지고...

그럼서 장군이 휙 지나가 버린거야.

 

부대장실이 있는 건물 앞꺼지 높은 포복으로 간 장교는 비서실장의 안내로 부대장실로 들어가 신고를 했는데 그 장교를 한신 장군이 거울 앞에 세웠는 기라.

그 장교가 거울을 딜다보이 지 모자 챙이 약간 비뚤어져 있었던 거야.

한신 장군이 그 짧은 순간에 모자쓴 모습까지 우이 자세히 봤것네. 그라고 걸렸다 하며는 여추없는 거여. 이게 한신장군이다.

 

기래 한신이 무섭다는 거다. 그 장교는 자기가 그날 모자를 잘 못 쓴 죄로 높은 포복을 한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한신 장군은 초급장교에게 이 것이 사소한 일 같지만 특히 군인이 작은 일에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경종을 울리기 위해 가혹한 벌을 내린 것이야.

그 장교는 아마 일생을 두고 그 날의 일이 교훈이 되었을 거다. 안그래?“

 

맞십니다. 그란데 한신 장군을 가까이서 한 번 봤거든요. 내 앞을 지나가는데, "필승하믄서 장군에게 경례를 붙이니 나를 보는 눈이 꼴치는 거 겉이 보이기도 하고 웃는 거 겉기도 했는디 내가 보기에 사팔이가 아인가 싶은 생각이 듭디다.“

 

그렇더나. 허허허.”

 

뭐 이런 중사였다라는 이야기고...

 

하여튼 생과부와의 관계가 소문이 더럽게 나있어 중사 체면에 남의 눈치가 보여 아예 발길을 끈고 있었는데 그녀가 얼마나 보고 싶어 남들이 오지 않는 근무 시간을 틈타 ... 그것도 잔뜩 기대를 하고 찾아 갔다는데...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날 따라 아줌씨가 집을 비우고 없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안오기에 너무나 아쉬운 생각이 들고 허전하여 부엌에 들어가 솥단지 뒷벽에 일필휘지로 몇자 껄쩍거리고 나와 피닉히 가버렸다.

보지도 못하고 그냥 갑니다.”

 

그런데 중사가 과부집에 머물고 있는 사이 다른 사병이 들어와 중사의 하는 짓거리를 숨어서 살핀기라.

중사가 나가자 그가 부엌으로 들어가 이 글을 보게 되었고... 부대에 소문을 퍼트렸다.

 

이 것이 화제가 되어 군발이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어느 넘은 그 글이 그녀를 만나지 못하고 간다는 뜻이라고 하며 중사를 비호하고 나서는 가 하면,

또 어느 넘은 그런 뜻이 아니고 자기의 욕망을 채우지 못하고 간다는 뜻이라고 하며 다른 넘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이 소문은 사령부안에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었고 어느덧 사단장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사단장이 껄껄껄 웃으며 말하기로 그넘 참. 한가지 글로 두 가지의 뜻을 품게 한걸 보니 재주가 있는 넘이다. 이제 그 집 사립문에 문패 달 일만 남았구나.” 하였더라.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