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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의 장례의식

작성자이칠|작성시간24.07.29|조회수97 목록 댓글 0

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요즘 같은 더위를 삼복더위라고 했습니다.

, . 말복 기간의 무더위를 이르는 말입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집에 이사를 올 무렵에는

선풍기 없이도 여름을 지냈습니다.

그런데 해마다 기온이 상승하여 지금은 에어컨을 켜지 아니하면

여름을 지나기가 힘듭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여름은 유난히도 덥습니다.

이런 더위는 일찍이 내기억에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먼 옛날에는 몇 년씩이나 가뭄이 계속되었다고 하는데

정말 어떻게 살아들 왔는지 끔찍합니다.

 

여름철에 가장 걱정거리는 집안에 초상이 났을 때의 일입니다.

지금은 장례식장이 있어 초상이 나도 걱정이 되질 않습니다만

불과 이십년 전만해도 장례는 각 가정에 빈소를 차려놓고 치렸습니다.

 

상가에서는 음식 장만하여 조문객 대접하랴,

인부들 구하여 묘지 조성하랴,

무더위 속에서 장사를 치르기까지의 그 고통은 정말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장례는 보통 3일장을 치르는 데

3일이 되면 벌써 고인의 시신이 상하여 냄새가 스며 나와 상여꾼들이

운구를 하며 수건으로 코를 막고 산을 오르기도 했습니다.

 

상주들은 상복을 입고 두건을 쓴 채로 더위를 이겨야 하니

고인의 살아생전에 불효한 대가를 톡톡히 치른다는 심정이었습니다.

 

시골인심은 예나 지금이나 살아있어

경조사시에는 자기 일처럼 나서서 도와주니

부락민들에겐 서로가 서로에게 고마운 존재들입니다.

 

3일장에도 이런 고역을 치르는 데

임금이 돌아가시게 되면 어떻게 하였겠습니까.

조선시대에 임금의 장례기간은 5개월이었습니다.

 

임금의 장례는 국장으로 엄수되는 데,

새로 등극한 임금이 행하는 첫 국사입니다.

 

다섯 달 동안을 빈소에 시신을 모시고 조석으로 상례를 올리며

상주노릇을 하여야 하는 새 임금은 그야말로

장례기간이 길고 긴 미로처럼 느껴졌을 것 같습니다.

더욱이 하절기에 승하하게 되면 견디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임금이 돌아가시고 6일째 되는 날

왕세자가 대비로부터 옥새와 임명장을 받고 새 임금이 됩니다.

 

고인이 되신 전 임금을 목욕시키고 염을 하여

5일이 지난 후에 시신을 임금의 관인 재궁에 입관하여

빈전으로 옮기게 됩니다.

 

빈전에는 시신이 상하지 아니하도록 길이 3미터, 1.6미터, 깊이 90센티의

대나무 평상을 놓고 그 속에 관을 얹는 데 평상아래에는

동빙고서빙고그리고 궁궐내의 내빙고에서

가져온 얼음으로 가득 채우고 시신위에도 얼음을 얹었으며,

관 주변에는 마른미역과 다시마를 쌓아 습기를 흡수도록 했다고 합니다.

미역과 다시마는 수분의 흡수력이 강합니다.

 

5개월의 장례 기간 중 빙고의 어름은 12만장이 소모되고,

미역과 다시마는 전국각지의 어촌에서 채취하여 운송되었는데,

이 기간 중에 개별적인 미역, 다시마 채취를 국법으로 금했습니다.

 

참고로 조선시대의 장례기간을 살펴보면

임금은 5개월, 4품이상의 사대부는 3개월, 그 이하의 품계는 1개월,

일반가정은 3일장,5일장 7일장, 9일장 11일장 등으로 장례를 치렀다고 합니다.

 

임금의 장례를 마치면 삼년상을 치르게 되는 데,

삼년상을 마치면 종묘에 위패를 올립니다.

이때에 위패에 새기는 이름을 묘호라고 합니다.

 

학창시절에 조선시대 27명의 왕을 대순으로

태정태세문단세 예성연중인명선…….”하고 잘도 외우던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바로 이런 임금의 호칭을 묘호라고 합니다.

 

묘호는 두자로 되어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세종이니 정조니 하는 임금의 호칭은 죽은 뒤에

지은 것입니다.

살아있을 때는 그저 전하’, ‘상감마마등으로 불렸을 것입니다.

 

조선왕조 27명의 임금 중에 묘호가 없는 임금이 두 사람이 있으며

종묘에 위패를 올리지 못했습니다.

 

연산군과 광해군입니다.

 

 

날씨는 무더우나 들녁의

벼는 잘 자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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