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켜선 것들에 대한 예의
나에게 부족한 것은
비껴선 것들에 대한 예의였다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
한쪽으로 비켜서 있는 이들..
봄의 앞 다툼 속
먼발치에 피어 있는 무명초
하루나 이틀 나타났다
사라지는 덩굴별꽃
중심에 있는 것들을 위해서는 많은 눈물 흘리면서도
비껴선 것들을 위해서는
눈물 흘리지 않았다
산 자들의 행렬에
뒤로 물러선 혼들
까만 씨앗 몇 개 손에 쥔 채 저만치 떨어져 핀 산나리처럼
마음 한 켠에 비켜서 있는
이들 곁눈질로라도
바라보아야 할 것은
비껴선 무늬들의 아름다움이었는데
일등성별들 저 멀리 눈물겹게 반짝이고 있는
삼등성 별들이 있는데
절벽 끝 홀로 핀 섬 쑥부쟁이처럼
조금은 세상으로부터 물러나야
저녁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아,
나는 알지 못했다
나의 증명을 위해
수많은 비껴선 존재들이 필요했다는 것을..
언젠가 그들과 자리바꿈할 날이 오리라는 것을..
한쪽으로 비껴서기 위해서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비켜선 세월만큼이나
많은 것들이 내 생을 비켜 갔다
나에게 부족한 것은
비켜선 것들에 대한 예의였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잠깐 빛났다
모습을 감추는 것들에 대한 예의였다
좋은 글 中에서.,.
다음검색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운려 작성시간 24.03.22 좋은 글 잘 봤슴다 감사합니다 ~~
-
답댓글 작성자거수남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4.03.26
고맙습니다
오늘도
건강 한 날 되시구요 -
작성자자향 작성시간 24.03.22 글이 좋아서
한참이나 머물다 갑니다
비켜선다는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얼마나 여유로움에서오는
너그러움인지...
좋은글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어요
-
답댓글 작성자거수남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4.03.26
반갑습니다
고운 마음 담아 주신
발걸음에 감사 드립니다
행복한 화요일
건강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