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형 여자 / 여은 정연화
계절의 변화에 민감해서
계절을 남들보다 앞서 느낀다
화려한 서양 꽃보다는
우리의 들꽃을 좋아하고
은은한 빛깔의 벚꽃을 좋아한다
나란히 길을 같이 걷다가도
자연의 신비함을 만나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하루에 약속 두 개는 안 잡는다
못 지킬까 봐 조바심이 나서다
복잡한걸 매우 싫어한다
그래서 수학은 늘 낙제였다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눗셈만 하면 되지
오메가가 어떻고 루트가 어떻고
지금 생각해도 머리가 아프다
만약 학창 시절에
수학 점수가 보통만 되었어도
지금의 인생이 달라졌을 것이다
스포티하고 발랄한
스타일의 옷보다
드레시한 의상을 즐겨 입는다
어쩌다 점퍼를 입은 날에는
"점퍼 잘 안 입잖아요?"라는
인사를 꼭 받는다
조용한 곳 에서의 산책을 좋아한다
혼자서도 잘 먹고 잘 놀고 잘 잔다
그러나 길치라서
혼자서는 모임 장소를 잘 못 찾는다
잠자리가 바뀌면
친정엄마 곁에서도 1도 못 잔다
절약이 생활에 배였다
지금은 딱히 쓸 일이 없지만
막 버리지 않고 보관한다
같이 사는 사람은 막버리는 성격이라
가장 많이 부딪히는 부분이다
남들이 말 하기를
빈틈이 없다고들 한다
사실은 허접하고 강하지 못한데
남들이 그렇게 알고 있다
여러 명의 친구를 사귀지 않는다
분명하고 확실한 사람을 좋아한다
약속 안 지키는 사람을 싫어한다
절약형이라
자신을 위해서는 아끼는 편이지만
베풀고 난 뒤의 보람을 뿌듯해한다
한번 준 마음은 변치 않는다
모습이 단아하다는 소릴 듣는다
둘이 호수를 바라보며
또는 혼자 사색의 창가에서
아메리카노 한잔의 시간을 사랑한다
A형 여자는
남들의 눈에는 강하지만
사실은 봄꽃처럼 여린 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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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벚꽃
겹벚꽃
라일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