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비의 노래
마종기
나이 들면 사는게
쉬워지는 줄 알았는데
찬비 내리는 낮은
하늘이 나를 적시고
한기에 떠는 나뭇잎이
되어 나를 흔드네
여기가 희미한
지평의 어디쯤인가
사선으로 내리는 비
사방의 시야를 막고
헐벗고 젖은 속세에
말 두마리 서서
열리지 않는 입 맞춘 채
함께 잠들려 하네
눈치 빠른 새들은
몇시쯤 기절에서 깨어나
시간이 지나가 버린
곳으로 날아갈 것인가
내일도 모레도 없고
늙은 비의 어깨만
보이네
세월이 화살 되어
지나갈때 물었어야지
빗속에 혼자 남은
내 절망이 힘들어 할때
두꺼운 밤이 내 풋잠을
진정시켜 주었고
나는 모든 것을 놓아
버리고 편안해졌다
나중에 사람들은 다
그렇게 사는 것이라고
안개가 된 늙은비가
어깨를 두드려 주었지만
아!
오늘 다시 우리 가슴에
설레게 하는 빗속에
섞여 내리는
당신의 지극한 눈빛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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