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매미의 삶과 사랑 이상우
Just to Be in Love · Alex Rasov
사랑에 빠지다 - 알렉스 라조프
매미의 삶과 사랑
고국의 여름에 대한 나의 추억은 아름답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빨가벗고 냇가의 물웅덩이에서 동무들과 멱감던 생각이 난다.
뙤약볕에 이글거리는 경사진 넓은 바위 위에서 몸통에 묻은 물기를 말리기 위해서
선탠(Suntan)이 아닌 땡볕에 뜸질을 하면서 듣던 한여름 매미의 울음소리는
아직도 잊지 못할 생생한 추억이 되고 있다.
그땐 요즘 대중들이 흔히 즐겨 듣고 부르는 트로트가 유행하지도 않았던 그런 시절이었다.
산골 소년이었던 나의 주변에는 오직 송아지의 울음소리, 뻐꾸기와 산새들의 노래,
그리고 낮이면 흥겹게 들려오는 매미소리가 음악의 전부였다.
그런데 유독 여름철 무더위 속에 매미가 울고 나면 시원한 바람이 뒤따라 불어오곤 했었다.
한국국립 생태연구원의 블록에서 매미에 대한 재미나는 생태연구 내용을 읽을 수 있었다.
매미는 땅속에서 짧게는 2~3년, 길게는 7년 정도를 애벌레의 상태로
땅속에서 나무의 수액을 먹고 자란다고 한다.
땅속에서 나와서는 성충이 되기 위해 나무 위로 올라간다고 한다.
천적을 피해 저녁 시간에 번데기 상태에서 2~6시간의 탈피과정을 거쳐 2쌍의 날개를 달고 매미가 된다고 한다.
이렇게 오랜 시간과 과정을 거쳐서 태어난 매미는 약 한 달 남짓 살게 된다고 한다.
매미가 세상 밖으로 나와 찡하게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며 울어대는 이유는 짝짓기 위해서란다.
수컷 매미는 암컷을 유인하기 위해 복부에 발달한 발음기관으로 소리를 내서 운다고 한다.
옛날 매미들은 주로 낮에 활동했지만 요즘 태어난 MZ 세대 매미들은
도시 속의 불빛을 보고 낮인가 착각하면서 낮밤 없이 사랑의 노래를 불러대며 구애를 한다고 한다.
뜨거운 여름 세상 밖으로 쏟아져 나온 매미는 달콤한 사랑을 한 달 정도 나눈 뒤
생을 마감하게 되며 수컷은 암컷과 짝짓기를 한 뒤 죽고,
암컷은 알을 낳고 죽는다고 연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우리 인생도 자연의 생명체 세계로부터 사랑에 대해서는 배울 점이 있지 않나 생각된다.
우주의 역사적 쳇바퀴 속에 짧은 삶을 지속하는 미물인 매미도 그들 고유의 사랑을 나누면서
종족번식이란 근본적인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자연의 법칙을 지키는 과정을 지켜본다.
요즘 한국을 비롯한 지구상의 MZ세대들은
과연 미물인 매미보다 더 나은 사랑과 종족번식에 대한 책임감과 의무를 가지며 살아가고 있을까 궁금하다.
2024-9-5
보스턴 텃밭에서
이상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