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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치는 그리움에 대해 알지못하면 사랑을 말하지 마라

작성자샬로메|작성시간14.06.23|조회수1,613 목록 댓글 1

‘사무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속 깊이 스며든다는 뜻의 순수 우리말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뼛속 깊이 사무치다’라고도 표현하는데

오늘의 우리들에게는 이 사무침이 없어서 문제라는 생각입니다.

그리움도 사무쳐야 사랑이 익을 테고 삶도 사무침이 있어야 길이 열릴 터인데...

 

최근 나는 그야말로 가슴에 사무쳐 오는 한 통의 편지들을 읽었습니다.

일본의 한 여인이 일찍이 이 세상을 떠난 남편에게 띄운 사연을 옮겨 봅니다.

 

서른두 살에 천국에 가신 당신께.

딸아이를 업고서 전장으로 가시는 당신을 배웅 나갔을 때

포옹해 주시던 당신의 팔 힘을 지금도 두 어깨에 느끼고 있는데

어느덧 세월이 이렇게 흘렀습니다.

 

내 나이가 벌써 여든여덟,

그러나 당신은 그때의 서른두 살 그 나이 그대로이겠지요.

제가 천국으로 당신을 찾아가면 못 알아보고 누구냐고 물을까봐 겁이 납니다.

 

부디 반가워해 주시고 출정하실 때 안아 주시던 것처럼 저를 껴안아 주세요.

만나면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아요. 딸네 부부 이야기,

지난날 나 혼자서 힘들고 외롭게 살아왔던 이야기,

끝이 없는 이 세상의 밤낮 이야기를 다 털어놓고 어리광을 부리고 싶군요.

 

내가 그러면 당신은 예전처럼 듬직히

“그래, 그래”하면서 등을 토닥거리며

“힘들게 살아왔군”하고 위로해 주시리라 믿어요.

다시 한 번 당신 가슴에 저를 꼭 껴안아 주세요.

그리고 이번에는 영원히 놓지 말아 주세요.

 

-당신의 사랑하는 아내 올림.

 

-정채봉의 <눈을 감고 보는 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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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꽃가게 | 작성시간 14.06.23 좋은글 감사히 봅니다
    행복한 꿈나라 여행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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