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 화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落花)……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길가에 피어 있는 꽃들도 달아나는 봄을 야속하게 여기는 듯하다.
이 봄의 자리는 어디쯤일까?
그리고 내 삶의 자리는?
떠나가는 임도 잡을 수 없다는데 우주의 섭리인 것을.
가는 봄, 지는 꽃잎을 어이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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