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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린 ♡ 시인방

철판구이 (수필)

작성자채린1|작성시간20.07.16|조회수93 목록 댓글 0

철판구이


              채린


내리쬐는 햇살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가을 다녀온 쪽박섬과 메추리섬에 다시 가는 길이다.

시베리아횡단철도로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토크를 7박 8일 횡단하는 것도 아닌데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넣고 먹거리를 주렁주렁 매달았다. 신나는 노래를 틀고 상큼한 출발이다.

 

마음은 들떠 메추리섬이 보이는 듯 비실비실 웃으며 혼이 난 지난 얘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영일만을 떠난 이후로 바다가 그리울 때면 자주 찾는 곳이 대부도 선재도 영흥도다. 입소문이 난 쪽박섬과 메추리섬으로 정하고 먼저 메추리섬에 도착했다. 마지막 도착 지점에 열려있는 문으로 용감하게 진입했다. 한참을 들어가 알맞은 곳에 주차했다. 쭉 시멘트 도로 포장을 한쪽으로 매립지는 가을을 맞아 제 세상이다. 십 리를 좋이 그렇게 걸었다. 뒤돌아보니 아득하다.


메추리섬은 해안가 끄트머리 쪽엔 기암 바위와 깎아지른 암벽지대가 있고 끝부분이 메추리 부리를 닮아서 붙여진 명칭이다. 바라보는 건너편 쪽박섬은 동그마니 떠 있다. 불굴산 줄기 서쪽 끝 해안에 따로 떨어져 있는 작은 바위섬으로 소나무가 특징이며, 쪽박섬에서 바라보는 낙조는 대부도의 대표적인 낙조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바닷가여서인지 짠 영향 때문인지 억새의 키가 모두 나지막하다. 바람 따라 쉴 새 없이 춤 춘다. 그 틈새를 들며 나며 추임새를 넣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정말 세상은 간곳 없고 무인도에 온 것 같은 착각 속에 시간을 훌쩍 넘겨버렸다. 어느덧 배꼽시계는 쪼록쪼록 소리를 낸다. 배가 많이 고픈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뒤돌아가는 길은 언제나 참으로 멀다. 설렘이 없는 되돌아 감기는 그런가 보다. 기진맥진해 올 때와는 영 딴판으로 긴 도로를 걸어 걸어 한참 후에야 도착해 시동을 켜고 출발이다.


아뿔사, 대문은 칭칭 감겨있고 인적은 없고 참으로 난감하다. 해안 도로 막은 철조망 틈새로 나가 궁리를 했지만 막막하다. 대문에 출입 금지라는 글씨가 이제야 큼직하게 보인다. 대문을 열어젖힌 관계로 읽지 못한 불찰이다. 바닷가 치안 때문에 군인이 관리하는 것을 알았다. 남편은 몇 시간이란 시간을 이리저리 물으며 헤맸다. 나중에 보니 대문에 열쇠를 칭칭 돌려 놓기만 하고 잠기지 않은 것을 그제 알았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스스로 질책을 하며 빠져나왔다.

 

"쪽박섬에 갔다 쪽박을 차다."

라는 웃지 못할 말을 하며 깔깔거리며 돌아왔다.


벌써 이정표는 소래포구를 가리킨다. 얼른 왼쪽으로 눈을 돌려 자전거 다리를 찾는다. 자전거 모양을 한 다리는 참 우아하고 멋지다. 미생의 다리라고 불리며 사진 작가들을 부르기에 충분하다. 아침 시간 대라 배들은 밤새 고생한 만선의 기쁨을 누리며 하역 작업을 하고 있다. 그 위로 갈매기들은 횡재를 기다리며 분주하다.


수인선이 다니던 철로는 운치는 있지만 낡고 위험했는데 새로 단장한 모습이 멀리서도 깔끔하다. 그 아래쪽으로 해넘이 다리도 보인다. 중간지점에서 해넘이를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어린이의 꿈이 담긴 작품들이 쭉 전시되어 오가는 사람들에게 여유를 주곤 한다. 지금도 그 꿈을 펼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리라.


오이도에 들렀다. 먹거리에 뭔가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빨간 등대가 빤히 보이는 바다가 맑은 하늘과 대비해 유난히 곱다.

벌써 몇 무리가 좌판을 기웃거린다. 넓은 통마다 직접 잡았다는 표시와 함께 우럭이랑 도미, 삼치가 소라, 고둥과 함께 사람들에게 선을 보인다. 우리도 뒤질세라 눈 저울을 하며 삼치 10마리를 주문했다. 손질한 삼치에 소금을 치고 서둘러 시화 방조제로 올라섰다. 바다를 우뚝 막고서도 여전히 평화롭다.


시화방조제는 안산시 단원구 대부북동의 방아머리와 시흥시 정왕동의 오이도를 12.7km 연결한다. 이 둑으로 생겨난 시화호는 시흥시와 화성시의 이름에서 한 자씩 따와 시화호 명칭인 된 것이다. 이로 인해 1억8,000t의 수자원이 확보되어 주변 지역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게 되고 98㎞의 해안선이 단축되었다고 한다


영흥 발전소에서 시작된 송전탑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시화호의 아름다움을 반감하는 것이 언제나 아쉽다. 방아머리는 긴 방조제를 건너온 것을 고생했노라며 우리를 반겨준다.


곧장 메추리섬으로 달려갔다. 날씨는 후덥지근하고 바람 한 점 없다. 분명히 길은 맞게 찾아왔는데 마지막 길이 없다. 아무리 찾아도 길을 잘못 든 것 같다. 작년 가을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무언가 막아놓은 것 같다. 모색 끝에 마을 사람을 만났다. 입장료를 내란다. 여름이라 이곳 역시 상흔을 지울 수 없나 보다.


내 나라 바다에 가서 해안가에 앉았다가 구경만 하고 오는데 입장료라니 씁쓸하다. 체험 하는 것도 아닌데 꽤 비싸다. 요금이 많고 적은 것이 아니라,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발걸음 돌려 나오는데 저 삼치가 걱정이다. 짜지기 전에 빨리 씻어 갯바위에 말려야 하는데 마땅한 장소가 없다. 풍력 기가 빙빙 도는 누에 섬도 그립고 3형제 섬도 그립다.


차를 몰아 전망대가 있다는 곳으로 행했다. 며칠 전 비가 온 관계로 낮은 도로에 물이 넘쳤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잡느라 분산하다. 우리도 좋아하며 삼치를 씻었다.

'어떻게 한담'
번쩍 잔머리가 구른다. 기발한 아이디어에 입가에 웃음이 절로 난다.

'차 지붕에 말리는 거야,
그래, 철판구이를 하는 거야.'


정성껏 지붕에 나란히 진열했다. 천천히 조심조심 운전을 하며 이동을 했다. 국도라지만 왕복 2차선인 도로에서 천천히는 골칫덩이다. 한참을 느릿느릿하다 할 수 없이 대부도 입구에서 차를 멈추었다.


햇볕 좋은 곳을 찾았다. 구이는 계속되었다. 우리도 널브러져 일광욕을 덤으로 하면서 말이다. 두어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삼치들은 이제 지붕에 납작 엎드려 떨어지지 않는다. 안성맞춤 구이가 완성된 것이다.

"우리처럼 철판구이 하는 사람은 절대로 없을 거야."

"아무렴, 특허를 내야지, 후후후."


철판구이가 지글지글거리며 맛의 대명사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살다 보니 임시방편책도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 또한 구미 당기기에 필요충분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이래저래 섬여행은 행복하고 낭만이 숨 쉰다. 또다시 여기로 올 것이다. 그때는 입장료 없이 기쁜 마음으로 무사통과를 바라면서 말이다.


전례 없는 자동차 지붕 철판에 구이 된 삼치를 이고 집으로 향했다.
신혼부부가 승용차에 요란하게 풍선과 꽃을 달고 달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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