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량(思量)
채린
볕이 좋은 날
하늘은 맑고 높다
습지 옆 한 자락에 앉아
둘둘 말은 죽간을 편다
오래전 소쇄원에 갔을 때
너를 생각하는 격한 마음에
왕대나무 하나 뚝 분질러쓴 사량가
어찌 내 작은 가슴에서
바래지 않고 묵향을 낼까
입을 열면 날아갈까
누르고 눌러 가슴 언저리
진통을 어찌 말하랴
사량이여
바람결에 멀리 날지 마라
시공(時空)을 훔치지 마라
목젖에서 샘솟아
나를 깨우거라
나를 재우거라
삶의 활력
안전한 중도여
사진 제공 흙으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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