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송이 코스모스'
채린
지나다
소담스레 가꾼 텃밭을 보았다
벌레를 잡아가며
한 잎 한 잎 소중하게 키웠다는 것을
한눈에 본다
화단이란 말을 쓰기엔 낯설고 미안하다
한 송이 두 송이 세 송이
열심히 세본다
이러듯 세기도 힘든데
가꾸기는 얼마나 더디었을까
여백의 자리에
송이송이
내가 그려 넣어본다
소통의 공간에
걸림돌은 없다
따스한 미소가 흐를 뿐이다
아흔한 살에 피워낸 꽃송이들
머지않아 피어날 100송이
그 수런거림 속에
햇볕도
바람도
물도
김매기를 도우며
아가 탄생처럼 기쁨의 날을 기다린다
***
91세에 미술 시작하여
93세 첫 개인 전시회를 연 이종암선생님을 보면서